땅거미가 어스름하게 내려앉을 즈음 운전을 하며 도로를 가르고 가다보면 무언가 뼈 속까지 스며드는 쓸쓸함에 마음이 서늘해지다.
미국 땅에서 느끼게 된 습관 같다. 스쳐지나가는 도로의 어둠을 보내며, 여기가 어디인가? 난 왜 이곳에 있는가? 그렇게 반복하곤 한다.
그때마다 느껴지는 건 ‘Alien’(이방인)이라는 생각이 항상 든다. 아마도 남의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이 아닐는지?내가 왜 한국을 떠나 이곳에 있는지? 고국이라는 것은 나에게 어떤 건지? 그렇게 난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 미국 땅에 와서 살고자 많은 것을 포기하며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환경을 위해서, 그렇게 확신하고 살아왔다.
한국에 살 때마다 수많은 인파가 싫었고, 밤 문화가 싫었고, 각박함이 싫어 떠나고 싶었었다. 언제인가 한국의 동사무소에서 급한 서류를 떼기 위해 서둘러 갔다. 9시에 문을 열자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서류를 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6명의 직원들이 출근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그들은 아무도 일을 않고 계속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마음이 급한 나는 “왜 서류를 떼어주지 않고 기다리게 하냐”고 말하니, 직원은 “10시부터 서류업무를 하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난 또 “바쁜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을 한 시간 이상 기다리게 하냐”고 항의하니, 그게 “룰”이라고 했다. 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이 누구를 위한 룰을 만들고 오전 한 시간의 휴식시간을 위해 사람들을 한 시간 씨 수십명을 기다리게 하냐”고 항의했다.
난 그런 관료주의와 선진적이지 않은 공무원들의 모습에 심한 싫증을 느끼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미국 땅으로 이사 오게 됐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좀 더 자연과 가깝게 있을 수 있고 어느 정도 덜 각박한 곳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여유와 조용함이 있으나 한편으로는 외롭고 고독한 면도 있는 두개의 얼굴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렇게 고국을 떠나 온지 17년이 지나보니 미국에 살아가며 항상 이방인이라는 고독함이 있는 방면, 한국에서 또한 이방인인 그런 존재가 된듯하다. 다시 이곳에서의 뿌리를 깊게 내리려고 옷매무새를 여미며 하루를 더욱 소중히 살아가는 그런 매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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