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환(전 언론인)
출산되는 물자가 다양하고 풍부해서 설령 독립국이 되더라도 끄떡없다는 필자의 고향 진도는 그래서 옛날부터 ‘보배섬’이라고 불려 왔다. 그런데 지난 2주 동안 이 보배섬이 요한계시록의 심판장면들을 찍기에 가장 적합한 로케이션인 것처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세계에서 두 군데 밖에 없다는 썰물 때 생기는 ‘바다 갈라짐의 현상’이 일어나는 ‘모세미’가 있는 미개발 관광천국이라고 생각하여 왔고 이순신장군이 당시의 이집트 군이었던 왜인들을 한꺼번에 수장시켜버린 ‘울돌목’이 있는 역사를 가진 이 보배섬이 참극의 현장으로만 쓰여질 수는 없다.
우리 눈앞에 보여지고 있는 참혹한 장면들이 기록영화로 보존되는 것으로, 이 참사가 또 하나의 ‘일어날 수 있는 대형사고’로 되고 마감지어 버릴 수는 없다. 어떻게 이러한 ‘완전한 연쇄적인 실수’가 있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있는 사고가 자연법칙에 따라 일어난 것이다.
팽목항 인근의 별로 깊지도 않은 바다에서 찍히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기록영화)는 애초에 영화라고는 아직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무학자가 백제시대에 써놓은 각본에다가 메가폰을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소학교 연극반 학생이 어디서 무엇 하다가 온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모아가지고 숫자가 많기도 한 주연, 조연배우들로 쓰려 하고 있다.
영화중에는 ‘대통령’ 역할을 맡은 배우부터 해경 잠수부 역을 맡은 사람들까지 각본도 읽어보지 않고 나와서 즉흥연기를 그나마 관중들의 눈치를 보아가면서 하고 있다. 자신들의 서투른 탈 극에서 관중들의 눈을 돌리기 위하여 뱃사공 역할을 맡은 자들이 연극을 망치고 있다고 무대에서 소리소리 악을 쓰고 있으며 프로듀서만 잡아내어 벌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정의의 투사처럼 적반하장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연극이 찍혀지고 있는 나라에는 관공리가 맨 꼭대기에서 부터 바닥까지 다 썩어있고 기업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며 관중들 까지 다 똑같이 철저하게 부패되어 있음을 자인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이 신통하다.
승객들을 방치한 채 저희들만 도망하여 목숨을 건진 뱃놈들만 족치는 것이 해결책이고 “나는 선주도 아니요” 라면서 버티고 있는 유가네 일족들을 상대로 전두환 식 보물찾기만 끝내면 모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이 기록영화가 희극인지 비극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이번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가 공범자들이다. 내 눈에 대들보를 먼저 빼내야 한다. 침몰하는 배위에서 나 혼자만의 주머니에 금강석을 가득 넣고 있으면 내가 먼저 물에 빠져 들어간다. 불행히도 우리는 모두가 남의 눈에 든 티끌만 빼어내면 내 눈에 든 대들보야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아우성이다.
이제는 생존자를 구조해낼 가능성이 없음이 거의 확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재난의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지도자는 단 한명도 없다. 모두 껍질 속에 깊이 몸을 가둔 소라처럼 내다보는 사람도 없고 지도자다운 발언을 하는 사람도 없다. 아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리한 형식적 ‘구조작업’을 계속하다가 잠수부들의 희생이 나기 시작하면 뒤늦은 `new blame game cycle’을 시작하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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