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은 번거로우니까 그냥 우리 결혼하자!”
오늘 아침 유치원 때 처음으로 받은 편지를 소개하는 첫사랑에 대한 방송을 들으면서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20대의 유치원 시절이면 족히20년 전 이야기. 깜찍한 아이의 생각을 헤아려보니 갑자기 할머니가 된 느낌이다.
결혼까지 10년을 만나면서 주변 어른들의 독촉(?)에 “사람 안 바뀌니까 걱정 마세요”라며 서른을 넘겼다. 서른하나에 사랑하는 지금의 남편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신부화장을 아침부터 두 번씩이나 해야 했던 해프닝. 화장을 끝내고 머리를 만지는데 부케를 받으러 온 후배가 나를 찾지 못하고 두리번거리자, 키메라(그즈음에는 화장이 무척 진했다)보다 더 무서운 얼굴로 변장한 나는 바로 눈물로 화장을 지워야 했다. 결혼식까지는 3시간 남짓. 피가 마르는 마음으로 두 번째 분장(?)을 마치고 10분전에 식장에 도착. 이처럼 드라마틱한 결혼식을 시작으로 이제는 2주 뒤면 결혼 20년이란 세월을 맞는다. 길고도 길었던 첫사랑이라는 이름표를 남편에게 달아주며 마음속으로 “마지막까지 해야 하는 사랑도 내 첫사랑이라 부를 거야”했다. 평생 가장 큰마음과 사랑과 시간을 보낼 반쪽의 또 다른 나이기 때문에. 귀하고도 예쁜 첫사랑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 나이. 하지만 언제나 그 이름 앞이면 나는 스물의 거침없는 당찬 숙녀가 된다.
유년의 어린 시절, 폭풍과도 같은 부모님의 무한사랑 때문에 사랑은 그냥 거저 받는 건 줄로만 알았다. 아낌없이 주셨고 아쉬움 없이 받아 누렸다.
남편을 만나 살면서는 주고받고, 받고 주는 건가 하다가, 아주 늦게 아들을 만난 이후에는 확연히 깨달은 명쾌한 한 가지, “첫사랑이든 사랑이든 무조건 주는 거구나”였다. 첫사랑만큼이나 절절한 자식 사랑을 배워가며 아직도 철들고 있는 나는 더욱 천천히 늙어가면서 첫사랑의 홈런을 늦도록 만끽하고 싶다. 이따금 열어보는 한 상자 가득한 깨알 글씨의 편지들은 젊은 날의 초상처럼 아직도 마음을 울리고 처음의 마음을 잊지 말라고 채근한다. 처음 사랑 그대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