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LA 한인회장 선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에 나오겠다는 입후보자의 등록 서류 접수를 아예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인회가 당초 오는 7월부터 새로 임기를 시작해야 할 새 회장을 뽑는 절차를 뒤늦게 시작할 때부터 뭔가 정상은 아니었다. 그러더니 떠밀리듯 졸속으로 구성된 선관위가 결국 사단을 낸 것이다.
LA 한인회를 둘러싼 잡음과 분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상식’을 뒤엎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현직 단체장인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인회장 출마를 하겠다며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를 접수조차 거부한 것이다. 그 이유가 어이없다. ‘본인 명의로 수령하지 않은 서류는 접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 신청서류를 접수할 때 누가 이를 받아갔는가를 문제 삼는다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설사 선거 절차를 관리하는 선관위가 그런 룰 정도는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백번 양보한다 해도, 문제는 합당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규정은 한인회장 선거 세칙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고 지금까지 한 번도 적용된 유례도 없는, 선관위가 부랴부랴 만들어낸 ‘자의적’ 규정이다. 특정인을 겨냥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선관위가 선거 과정의 공정성과 합리적 운영을 위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했다면야 그 정상을 참작할 여지라도 있겠지만, 이건 도대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조차 힘든 ‘억지춘향식’이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치졸하기까지 하다.
사실 LA 한인회는 선거 때마다 시끄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 불과 4년전, 당시 현직 회장이던 스칼렛 엄씨가 재선 불출마 약속을 깨고 나와 박요한씨와 대결을 벌이는 듯 하더니 선거전 도중 박씨에 대해 후보자격 박탈이라는 무리수로 무투표 당선되는 ‘파행’을 일으켰었다. 자신이 임명한 선관위원들을 ‘심판’으로 두고 ‘몰수게임승’을 거뒀다고 밀어붙인, 누가 봐도 불공정한 행태였다. 이는 결국 두 개의 한인회가 싸움을 벌이는 상황으로 이어져 한인사회에 부끄러운 역사로 남았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선관위가 배무한 현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되면서 4년전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배 회장의 불출마로 제대로 선거가 치러지는가 싶더니, 결국 선관위의 어이없는 추태로 그나마 별로 없던 한인회의 공신력만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원칙과 기본을 무시한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한인사회 일각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가 이제 구태를 벗고 미국사회에서 쌓아온 경제력과 위상에 걸맞은 업그레이드를 이루자면, 이처럼 후진적인 한인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때 한국에서 ‘경제는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회자됐었는데, 한인사회를 일류로 만들자면 ‘삼류 한인회’부터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4년전 한인회장 선거 파행 사태 당시 이 칼럼을 통해 이런 제안을 했었다. “차제에 한인회가 우리에게 무엇인지에 대한 발상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끼리끼리 모이는 ‘그들만의 한인회’가 아닌 정말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는 ‘한인들의 한인회’로 만들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얼굴 마담’ 자리에 연연하는 인물이 아닌, 정말 유능한 인재를 월급제 회장으로라도 영입해 진짜 전문화된 봉사단체로 운영하는 것은 어떤가. 주류사회의 유력 비영리단체들이나 타 커뮤니티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인 커뮤니티에 산적한 프로젝트들을 진척시키고 진정으로 일반 한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으로 한인회를 탈바꿈시키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이 같은 진단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고, 오히려 더 필요하다. 한국에서나, 한인사회에서나, 변화와 개혁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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