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 노리는 총기난사 사건으로
시민들 ‘묻지마 총질’ 예측 불가능에 시름
UC산타바버라에서 지난 23일 흉기와 총으로 6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엘리엇 로저 사건 등<본보 27일자 A2면 보도> 최근 미 전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총기 난사 사건이 계속되자 시민들이 나와 가족에게도 불행이 찾아올까 불안에 떨고 있다.
2012년 4월 오클랜드 오이코스 신학대학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7명을 살해하고 3명의 부상자를 낸 한인 고수남. 같은 해 7월 콜로라도의 한 극장에서 광란의 총격을 벌여 12명이 사망하고 50명에 부상을 입힌 제임스 홈스. 같은 해 12월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 총을 난사, 초등학생 20명과 교직원 6명을 숨지게 한 애덤 랜자.
이들 모두 관련 범죄기록이 없고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평범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극심한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비극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대량 살상 범죄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전문가들도 이런 범행이나 유형을 분리, 미리 예상해 대비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억눌린 좌절감과 낭패감으로 복수심 속에 사회적 고립을 자처하고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띤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량 살상 범죄자들의 동기와 형편 등을 정형화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들이 다른 사람을 살해할 목적으로 언제 어떻게 범행을 저지를지는 좀처럼 알 수 없다고 것. 리스던 슬레이트 남부 플로리다대학 범죄학 교수는 "대량 살상은 딱 떨어지는 과학이 아니어서 전문가들은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 만한 예측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신병 이력을 지닌 사람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덜 폭력적이라는 그간 연구 결과도 이번 로저 사건에서 통용되지 않았다. 로저는 인생에서 몇 차례 약물 처방을 받았다며 정신문제로 고민했음을 밝혔다. 로저가 유튜브와 전자메일에 이번 참사를 예고한 것을 두고 경찰이 왜 먼저 막지 못했느냐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으나 전문가의 생각은 달랐다.
대량 살상과 관련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노스이스턴대학 범죄행정학과 제임스 앨런 폭스 교수는 "참사 징후는 ‘황색경보’일뿐 살상이 벌어진 후에야 ‘적색경보’가 된다"며 여러 불확실성 탓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총기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 희생자 가족은 잦은 총기 대량 살상극에도 총기 규제 정책을 외면하는 정치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일부에선 정치권이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참사 이후 총기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이후 총기 업계의 로비 등으로 흐지부지됐다고 질타했다.
또 총기 규제 운동가들은 정신 질환이 있는 로저가 총기를 합법적으로 구입해 보유할 만큼 미 총기 구입자의 신원 조회가 허술하다고 규탄했다.
성난 시민들은 이번 로저 사건으로 인해 정부가 총기규제에 대한 보다 강력한 법안을 추진할지 아니면 샌디훅 때와 마찬가지로 칼을 빼드는 시늉만 하다 그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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