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타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은색 소나타 차량이 발견돼 30일 전주지검 청사 내로 옮겨져 있다. 경찰 감식반원이 차량을 살피고 있다.
검찰 수사를 피해 잠적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도피차량이 전북 전주에서 발견되면서 전남 순천 지역 일대에 쳐놓은 검·경 포위망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유씨가 잠적한 뒤에야 금수원을 ‘뒷북’ 수색했던 검찰이 또다시 유씨가 이용한 차량의 행방을 놓치면서 검거 작전의 허점을 잇따라 노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유씨의 도피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EF쏘나타 차량이 29일 오후 11시께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견됐다.
이 차량은 금수원 관리인 중 한 명으로 오랫동안 유씨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양회정(55)씨가 유씨 도주를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양씨는 쏘나타 차량을 운전하며 순천에 위치한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부터 유씨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 폐쇄회로(CC) TV 등에 따르면 차량은 지난 25일 오전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주차된 차량 운전석에서 검은색 상복 같은 옷을 입은 여성이 내렸고 조수석에서 남성이 내리는 모습이 찍혔다. 다만 이 남성은 유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날 여전히 순천과 인근 지역에서 유씨가 은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거팀을 편성해 유씨가 도주로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는 한편 순천의 은신처를 중심으로 반경 20㎞ 이내에 20여개의 검문소를 설치해 집중적인 검문검색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포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쏘나타 차량은 순천에서 150km가량 떨어진 전북 전주에서 발견됐다.
통상 순천에서 전주까지는 곡성∼남원∼임실∼오수의 경로를 거치게 된다.
검경이 전주∼광양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국도 곳곳의 CCTV만 꼼꼼히 챙겼더라도 이 차량을 쉽게 발견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쏘나타 차량이 전주에 나타났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검거팀 일부를 이 일대에 재배치했지만 여전히 유씨와 양씨의 행방은 찾지 못하고 있다. 전주는 양씨의 연고지로 알려졌다.
차량 발견을 놓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씨가 지명수배되면서 수사당국에 신분이 노출된 만큼 전주 지역에 거주하는 구원파 지도자급을 접촉해 유씨를 인계했을 수 있다.
구원파 신도들은 이달 초 유씨가 금수원에서 빠져나왔을 때부터 ‘릴레이식 은닉·도피’로 유씨를 돕고 있다.
’뛰는 검찰 위에 나는 유병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검찰을 농락하며 도피행각을 벌이는 유씨 측이 지능적으로 순천과 멀리 떨어진 전주에서 일부러 도피차량을 노출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피차량이 전국에 수배됐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주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유씨가 순천과 그 인근 지역에 은신 중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수색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차량을 발견한 뒤 유씨나 구원파 신도들이 다시 찾으러 올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러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기다렸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차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한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다만 쏘나타 차량이 주차된 지 5일이 지날 때까지 유씨나 구원파 신도가 찾아가지 않았다는 점, 차량의 존재가 결국 외부에 공개된 점 등을 감안하면 유씨 측이 ‘연막작전’을 펼쳤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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