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주 예비경선서 티파티 지원 후보 낙승
▶ 미 현대정치 역사상 ‘예비경선 탈락 첫 하원 원내대표’ 불명예
미국 버지니아주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10일 극우파 티파티 후보인 무명의 데이브 브랫 후보에게 패한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가운데)가 리치먼드에서 결과 승복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일 실시된 공화당의 버지니아주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에릭 캔터(51) 하원 원내대표가 극단적 보수주의 운동세력인 티파티 후보에 패배했다.
유대계인 캔터 원내대표는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에 이어 공화당 제2인자이자 유력한 차기 하원의장 후보였다.
지난달 13일 네브래스카와 웨스트버지니아 예비경선에서 티파티 지지 후보들이 잇따라 당선된 데 이어 캔터 대표마저 예상과 달리 고배를 마시자 미국 정치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버지니아 제7선거구 내 243개 투표소 개표 집계 결과 티파티의 전폭 지원을 받은 무명의 데이비드 브랫(49) 후보가 낙승했다.
버지니아 주도인 리치먼드의 랜돌프-메이컨대 경제학과 교수인 브랫 후보는 55.5%를 얻어 44.5%에 그친 캔터 원내대표를 11%포인트의 큰 표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8선에 도전한 캔터 원내대표는 개표 결과 직후 부인과 함께 선거 패배를 인정했으나 그 충격의 여파로 11일로 예정된 전미제조업협회(NAM) 연설을 취소했다.
이번 패배는 미국의 최근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패배로 여겨진다. 반면 지나친 극단주의로 쇠퇴기를 걷던 티파니 입장에선 이번 예비경선에서의 가장 큰 승리로 기록되고 있다.
민주당의 톰 폴리(워싱턴) 전 하원의장과 톰 대슐(사우스다코타) 전 상원 원내대표도 과거 정치 신예들에게 패배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본선 패배였다. 캔터 원내대표는 ‘예비경선 첫 탈락 하원 원내대표’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애초 공화당 지도부는 물론 미국 정치권은 유대인 커뮤니티의 지원을 받아온 캔터 원내대표의 낙승을 예상했다.
선거자금도 브랫 후보가 20만 달러를 모금한 데 그쳤으나 캔터 원내대표는 무려 540만 달러를 모아 4, 5월에만 100만 달러를 지출할 정도로 자금력을 과시했고 미국 화학협회(ACC)도 TV 광고 등에 3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캔터 후보를 지지했다.
미국 언론들은 그가 차기 하원의장을 노리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탓에 지난 몇 년간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브랫 후보는 자금력과 조직력의 열세를 캔터 원내대표에 실망한 티파티와 라디오 진행자 로라 잉그레이엄과 같은 보수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상쇄시키며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브랫 후보는 특히 캔터 원내대표가 국가부채 한도 증액 문제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및 민주당과 타협한 데 이어 중간선거가 끝나면 불법 체류자를 사면하는 이민법 개혁을 이끌 것이라고 끈질기게 비판했다.
따라서 캔터 원내대표의 패배로 1천100만명의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기 위한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의 하원 처리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법안은 지난해 6월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에서는 다수당인 공화당이 보완책 모색을 이유로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캔터 원내대표는 이민개혁 법안의 포괄적 처리가 아니라 단계적 처리를 지지해 왔으나 구체적인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고, 브랫 후보는 캔터 원내대표가 불법 이민자 사면의 최고 치어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캔터 원내대표의 패배가 이민 개혁법안의 사망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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