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최장 연속 무실점 기록도 실패…477분에서 끝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받는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33·레알 마드리드)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에 5골을 내주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카시야스는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테노바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B조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5골을 허용했다.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르옌 로벤(29·바이에른 뮌헨)에게 각각 2골씩, 스테판 데 브리(22·페예노르트)의 1골을 허용한 카시야스는 스페인의 굴욕적인 1-5 패배를 막아내지 못했다.
월드컵 433분 동안 무실점을 이어오며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골키퍼 왈테르 젱가의 최장기간 무실점 기록(517분) 경신에 도전했던 카시야스였지만 이날 전반 44분 판 페르시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꿈을 접었다. 85분 만 버텼다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477분 만에 무실점 기록을 마감한 카시야스는 이후 4골을 더 내주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포백라인의 헐거운 수비 탓에 선방에도 한계가 있었지만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한 경기 5실점은 카시야스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 5경기 동안 1실점하며 스페인의 넘버원 골키퍼로 입지를 굳힌 카시야스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그림 같았던 판 페르시의 헤딩 동점골 과정은 차치하고, 이날 허용한 나머지 4골 가운데 적어도 한두 골 정도는 막아낼 수 있었다.
스테판 데 브리(22·페예노르트)에게 허용한 세 번째 골은 공중볼 처리에 미숙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실점했다. 로벤이 터뜨린 4번째 골의 경우도 백패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범한 실수가 곧장 골로 이어졌다.
2000년 6월 스웨덴과의 친선 경기에서 19세 14일의 나이로 국가대표 데뷔전을 신고한 카시야스는 스페인 대표팀 가운데 가장 많은 154경기에 출전하며 스페인 축구 역사상 최다 A매치 출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5골이나 허용한 가운데 이날 대패를 당해 선방 능력에 의문부호가 생겼다. 그는 종종 공중볼 처리에 약점을 지적받기도 했지만 동물적인 반사신경에서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지난해 1월 당한 손뼈 골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여러 차례의 선방을 보이기도 했지만 데브리의 세 번째 골과 페르시의 네 번째 골 과정에서 좁아진 시야와 활동반경의 문제를 감추지 못했다.
상황 판단이 늦어 골문을 비우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뜻하지 않은 카시야스의 부진 때문에 ‘무적함대’ 스페인의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우승은 물론 16강 진출을 담보하는 것도 녹록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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