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없이 오면 구제” 헛소문에 중남미서 몰려
▶ 8개월 간 5만명 육박…전국 구호소 포화상태
나 홀로 밀입국을 하다 적발돼 임시 수용소에 보내진 아동들이 수용소 바닥에 은박지를 덮고 누워 있다.
어린이 수백 명이 굵은 철사로 된 울타리 옆에서 알루미늄 포일처럼 생긴 담요를 덮고 있었다. 좁은 방에서는 제대로 씻지 못한 여행자들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 18일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있는 밀입국 이민자 임시 수용소 풍경이다.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모 없이 불법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는 어린이들이 급증하는 데 대해 ‘긴급한 인도주의적 상황’이라며 추가 예산을 요청한 데 이어 국경경비대가 마련한 임시 수용소 두 곳이 이날 처음 언론에 공개됐다.
이같은 풍경은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부모 없이 나 홀로 밀입국할 경우 미국이 이들을 구제할 것이라는 헛소문이 나돌면서 나 홀로 밀입국 아동들이 급증하면서 생긴 것이다.
부모 없이 국경을 넘는 어린이들은 지난 3년 동안 급증해 지난 8개월 동안만 4만7,000명이 남서부 국경에서 붙잡혔다. 이에 따라 전국 100개의 보호소는 몇 달째 수용 가능한 인원을 넘어서 포화상태로, 현재 7,600명 이상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의 국경수비대에 마련된 임시 보호소도 이미 만원으로, 어린이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성별에 따라 십여명씩 나누어져 있고, 아기가 있는 어린 엄마들은 다른 구역에 모여 있었다.
대여섯살로 보이는 십여명의 여자 어린이들은 샤워시설 바깥의 다른 텐트에 젖은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고, 마당 안쪽에서는 10대 소녀들이 보호시설 업무를 맡은 연방 비상재난관리청(FEMA) 직원들과 공을 차고 있다.
대형 고화질 텔리비전에서는 월드컵 축구경기가 중계되고 있었지만 소년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몇몇이 담 안에서 축구를 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작은 매트리스 위에 은박지처럼 보이는 담요를 덮고 누워 있었다.
이곳 역시 꼭대기에 가시철사가 달린 4.5m 높이의 펜스가 어린이들을 성과 나이에 따라 구분하고 있었다. 관리청 관계자는 들어오고 나가는 숫자가 항상 유동적이라 정확한 숫자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텍사스주가 자체 재원을 마련해 물밀듯이 밀려오는 미성년 밀입국자와의 전쟁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일주일에 130만달러씩을 긴급 투입하기로 합의해 밀입국 단속팀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텍사스 주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공화당 인사들은 국경을 지키려는 연방 정부의 노력이 미흡해 미성년 밀입국이 증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성년자들의 불법 입국을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미성년자를 가장한 갱단조직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와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론도 거세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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