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수학 교재에서 제일 유명한 문제는 건물 벽에 기대어 있는 사다리 그림이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다.
직각 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을 a, b라 하고 빗변을 c라 할 때 a²+b²=c²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수학자들 사이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3²+4²=5² 이다. 이 유명한 정리를 이용하면 두 변의 길이를 알 때 나머지 한 변의 길이를 구할 수 있다.
지난 주 어느 모임에서 이 수학 문제가 화제가 되었다. 그 집의 3학년 꼬마가 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응용한 사다리 문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모두들 놀라고 있는데, 누가 한마디 던졌다. "그럼 회계사 시키면 되겠네."
그래서 대화의 주제가 자녀의 소질과 직업에 대한 것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수학을 잘한다고 해서 나중에 회계사로 성공할 수 있을까. SAT 수학 점수가 높다고 CPA로써 성공한다는 공식은 억지다. 물론 숫자만 보면 머리가 지끈 거리고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이 회계사로써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숫자에 강하다고 해서 회계사로써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고 모두 빌 게이츠가 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생선 가시 하나하나를 골라내고 뜨개질을 잘 한다고 해서 모두 외과 의사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요새는 의대 입학생을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뽑지도 않는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자녀들이 2개월 이상의 긴 휴식을 갖는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방학 기간이다. 어어- 하다보면 두 달 금방 간다. 우리 집 아이들은 SAT 시험 준비가 필요한 한 명만 빼고 세 명을 모두 취업전선에 내보냈다. 누가 보면 자식들 돈 벌어오라고 시켜서 주급만 챙기는 앵벌이 아빠 같다. 중요한 것은 일이든 공부나 운동이든지, 무엇을 하더라도 허송세월 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방학 기간은 자녀들의 진로나 직업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양한 독서나 멘토를 통한 간접 경험도 좋다. 더 좋은 것은 해당 분야에서 실제로 일을 시켜보는 것이다. 자녀가 무엇에 소질이 있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 방학은 자녀들의 미래를 설계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다. 이 2개월을 놓치면 앞으로의 2년, 길게는 앞으로의 20년을 놓칠 수 있다. 지금의 작은 각도 차이가 나중에는 큰 차이가 될 수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