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어머니는 내가 밥주걱에 붙은 밥풀을 뜯어먹어도 귀신같이 알았다이. 나는 시어머니 손바닥 위에서 꼼짝 못했는기라. 할 일이 없으니 손가락에 침 발라서 창호지에 구멍을 내어 내가 일하는가 챙기느라 눈이 다 비뚤어 졌었데이. 그것이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니면 뭐겠노.”
구순의 김 할머니는 한 맺혔던 시집살이 보따리를 풀어낸다. 시어머니에게 감시 받았던 것은 할머니의 감옥이었고, 며느리를 훔쳐보았던 답답한 방안은 시어머니의 감옥이었으리. 70년이 지났는데도 자신의 젊음이 손에 꼭 쥐었던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듯 사라져버린 시간들을 기억해내어 매달 한번씩 행복원에서 만나는 상담시간에 마음의 창문을 열어주신다.
매일 한 뭉치의 신문에 얼마나 많은 기사와 글들이 실릴까 생각하면서 그 많은 지면 속에 ‘여성의 창’이라는 칼럼난이 있다는 것에 새로운 시선을 보낸다. 나는 어떤 이야기들로 그 창을 메울까? 그 ‘여성의 창’을 읽을 독자들은 누구들일까? 며칠 생각해보니, 그렇구나 여성의 창은 오직 여성의 눈으로 보는 세상사들과 여성전유의 세계관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몰려온다.
이 ‘여성의 창’이야말로 부엌에서 일하다 잠시 물 젖은 손을 닦으면서 물끄러미 내다본 창문 저쪽 정원의 꽃들과 눈빛으로 소통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잔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김 할머니가 말하는 창살 없는 감옥처럼 대화가 단절되고 성공위주에 물든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잠시 눈 돌려 짧은 글 읽는 사람들을 위한 것일까?
아침에 오피스에 들어서면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이란 창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찾고 새로운 세계를 엿보면서 직장소식과 세상과의 교류가 시작된다. 1992년부터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온 이 칼럼의 바통을 받으면서 유일무이한 나의 삶과 전문인적 경험에서 숙성된 지혜의 조각들을 모아서 짧은 글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여성의 창’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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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술씨는 임상심리학 박사로 이미 여성의 창을 통해 심리학과 여성의 삶을 조화롭게 풀어낸 바 있다. 현재는 재향군인병원에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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