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는 종종 어감이 비슷한 오스트레일리아와 혼동되곤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당시 나에게도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는 매우 생소했다. 그곳에 가살게 되었단 소식을 들었을 땐 그저 어린 마음에 외국이란 사실 하나로 들떴을 뿐이다.
빈에 도착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뒤 나는 비로소 한국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 있고 마냥 신나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어로 사과가 뭔지도 몰랐던 나에게 적응은 쉽지 않았고 친구 만들기는 더 어려웠다.
하지만 곧 다행히도 그나마 비슷한 문화권의 일본인인 쇼코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이미 영어와 독일어에 익숙했던 활발한 성격의 쇼코는 큰 도움을 주었다. 매일 방과 후까지 어울리고 주말에는 ‘슬립오버’를 하며 어느새 우리는 단짝이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번엔 다시 새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기 바빴다. 오 년 뒤 중학교를 마치고 이번엔 독일로 가게 되었다. 설렘을 안고 등교한 첫날 배정된 교실에 들어가 앉았다.
그때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전학 첫날에 내 이름을 알만 한 사람은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반응해 뒤돌아보았을 때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쇼코가 내 뒤에서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당첨될 확률이 매우 적은 복권처럼 우연히 일어나면 신기하고 기쁘다. 그래서 우리는 깜짝 파티나 영화 같은 우연한 만남을 좋아하고 인연이 있다 믿나 보다. 그 희박함은 알지만 기대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길 은근히 기대하며 산다. 특별하니까.
내가 전공하는 경제학은 이런 희소성에서 시작한다. 자원은 한정적이므로 희소가치를 지닌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희소하다고 무조건 특별한 건 일반화의 오류인 것 같다. 다소 심심하고 반복적이라 생각되는 매일이 없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 별 감흥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하루하루, 오늘만큼 소중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지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오늘의 희소가치만큼 큰 건 없으니까.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바람에 존중해주지 못한 나의, 그리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오늘 하루에 내가 특별함을 부여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기적이거나 제일 값어치 있는 것 일 수도 있으니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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