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찌든 때를 빨아서 헹구어내는 세심(洗心)의 언어로 시를 쓴다는 시인 구상의 시구가 마음을 새롭게 한다. 달라진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마음의 눈을 뜨니’ 만물이 총총한 별처럼 빛나게 보이고, 무심히 보아오던 나무와 잔디 그리고 조약돌조차도 한량없는 감동을 자아낸다고 표현한다.
심리학에는 ‘긍정적 붕괴’(Positive Disintegration)라는 말이 있다. 긍정과 붕괴라는 어휘는 서로 상반되는 관점이 어우러진 단어이다. 이 학설을 주장한 다브로우스키는 심리적 긴장과 불안은 성장의 필요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내적 갈등은 마음의 안정을 깨고 분열시킨다. 그러나 이 붕괴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오기 때문에 그것을 정신건강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라 말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실패는 붕괴이고 그것을 통해서 다시 일어설 때 찾아오는 성공이 곧 삶의 긍정적 결과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인생이 빨래터라고 했듯이 마음에 쌓인 찌꺼기도 씻어내는 마음의 세탁소가 상담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40대 민희씨는 남편이 상담을 한번만 받으면 그들의 부부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복통을 없애려면 배가 아픈 사람이 약을 먹어야지, 배를 아프게 한 사람이 약을 먹으려고 할까. “그리고요, 왜 제가 변화해야 합니까? 잘못은 그 사람인데요.”라고 주장한다.
그녀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변화에 대한 저항의식을 보여주지만 상담실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남편이 아니고 민희씨이고, 또 상담을 받으러 온 그 자체가 변화의 시작인 것을 상기시켜 준다. 변화라는 말이 싫다면 마음을 세탁, 세심한다는 가짐으로 부부관계를 재조명해 보자고 권유한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우울하다 못해 마음이 찌들어간다는 민희씨는 싸움의 악순환으로 산산조각 난 부부관계에서 헤어나는 길밖에 없다는 일념이다. 삶의 조화가 깨지고 마음의 평정이 사라지면 선택의 폭은 한없이 좁아지고 현실은 쉽게 왜곡된다.
긍정적 붕괴의 과정에서 마음가짐, 삶의 가치관,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를 재정립하면서 내가 책임질 몫은 무엇인가를, 공정하고 타당하게 결정하는가를 숙고해야 한다. 불행한 일들이 우리를 다시 세우는 거름이라 생각하면서 “마음의 눈을 뜨면”함께 공존하는 모든 이웃들까지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민희씨에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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