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나파밸리의 B.R.콘 와이너리에서 셀라 직원 대니얼 넬슨이 지진으로 쏟아져 내려 엉망이 된 카버네 소비뇽 와인의 오크 배럴들을 점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베이 지역에서 24일 새벽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 최소 120명이 다치고 교회 종탑이 무너지는 등 건물과 도로, 수도관 등이 파손됐으며 수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연방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북동으로 약 50km 떨어진 지점에서 이날 오전 3시20분44초에 일어났으며 이후 50여차례의 여진이 계속됐다. 이번 지진은 약 60명이 숨진 1989년 규모 6.9의 지진 이후 최대 규모다. 진앙은 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나파 카운티에 있으며, 이로 인해 와이너리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역 언론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 지진으로 60여채 가구들이 진입 불가능한 상태이며 샌프란시스코 광역권 곳곳에서 전력 공급이 끊겼고 모빌 홈에서는 화재도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에 따르면 하이웨이 37번 서쪽 방향에서 하이웨이 29번으로 통하는 지역에서 도로가 갈라지거나 솟구쳐 오르는 등 붕괴가 일어났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북가주 지역의 한인들도 한밤중 갑작스런 지진으로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89년 로마 프리에타 지진을 겪었던 한인들은 25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나파에 사는 길성안씨는 “갑자기 새벽에 1분 정도 크게 흔들렸고 이어서 여진이 이어졌다”면서 “집안에 성한 게 하나도 없고 장식장과 부엌 찬장이 모두 열리면서 그릇이 쏟아져 내려 당장 밥 먹을 그릇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고 본보에 알려 왔다.
길씨는 “TV도 액정이 다 깨졌으며 냉장고 2개가 10피트 정도 밀리면서 문이 열려 안에 있는 음식들이 다 쏟아져 나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발레호에 사는 조유경씨는 “벽걸이 TV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화장실 거울도 깨지는 등 많이 흔들렸다” 면서 “피아노 위나 탁자 위에 놓인 물건들도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나파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박성진씨는 “올해 출시한 와인들과 애장품들을 저장해 놓은 와인 저장고의 와인들이 쏟아져 내려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발레호에 거주하면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윌리엄 김 전 SF 한인회 이사장은 “이 지역에서 십수년을 살면서 중소 규모의 지진을 많이 겪었지만 이번과 같은 강도의 지진은 처음”이라며 “처음에는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을 정도로 흔들림이 매우 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지진으로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나파 카운티 일부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나파 카운티의 와이너리와 상점 곳곳에서 포도주 통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와인병이 산산조각이 난 사진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특히 나파 카운티 인근 아메리칸 캐년 진앙지 근처에 있는 포도주 저장시설은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도 재배자인 스티브 매티아슨은 트위터에 포도주 통이 땅에 떨어져 깨져 있는 사진과 함께 “2013년 적포도주 통은 모두 떨어졌다. 유실된 포도주 양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는 글을 올렸다.
실버오크 와인의 데이빗 던컨 회장은 이날 새벽 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와이너리으로 달려 왔으나 지하 저장소에 보관된 수백 병에 달하는 포도주가 깨진 채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세인트헬레나의 션 마허 와인 컨설턴트는 “모든 포도주 생산업자들이 현재 자신의 포도원의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의문은 바로 포도주 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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