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일단 호구조사부터 하게 된다. 이름으로 시작해 나이와 취미를 물어본다. 공통분모를 찾거나 이야깃거리를 이어 나가기 위함이다. 그 사람에 대한 파악이 대충 끝나면 가족관계를 궁금해 한다. 외둥인지, 아니라면 형제자매가 있는지.
내 경우에는 이런 질문에 남동생이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동생이 얼마나 어린지를 알고 싶어 하고 나는 무려 일곱 살 차이가 남을 알려준다. 꽤 많은 나이 차이는 상대를 항상 놀라게 한다. 이런 터울 덕에 연년생 동생이 있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동생과 같이 학교에 다닐 기회가 없다가, 독일에 갔을 때 난 고등학생으로, 동생은 중학생으로 같은 국제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같이 등•하교할 수 있게 돼서 신이 났다. 집에서 학교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 했다. 나는 당연히 같이 앉아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었음을 동생이 곧 일깨워 줬다. 동생은 내가 뒤 칸에 타면 맨 앞 칸에 탔고, 집에 올 때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내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고 동생이 매정하게 느껴져 서운했다.
그러다 이런 감정을 되돌아보는 일이 생겼다. 한번은 동생에게 물었다. “너는 닭이 먼저라고 생각해 달걀이 먼저 같아?” 그러자 동생은 고민스러워 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바로 “달걀”이라 대답했다. 그래서 동생에게 달걀은 닭에서 나온 것이니 닭이 먼저일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알려주고 싶어 넌지시 “달걀이 어떻게 생겼는데?”하고 던졌다.
그러자 동생은 손가락으로 타원을 그렸다. 생긴 모양새를 물었다고 받아 드린 것이다. 문맥에서 벗어나게 ‘생기다’를 이해한 동생 덕분에 크게 웃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동생은 아직 순진하고 한없이 어린, 말 그래도 동생이란 것을. 달걀 대화 덕분에 동생과의 먼 거리를 항상 나이 차이에 탓을 돌려 왔던 내가 부끄러웠다.
나이 차이는 변명일 뿐 이었고, 우리 남매가 더 가깝지 않은 이유는 내가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지 않아서였다. 반성하게 됐다. 동생 입장에서는 일곱 살이나 많은 누나가 먼저 챙겨주고 노력했으면 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더 늦기 전에 하나밖에 없는 내 소중한 동생에게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하며 은근슬쩍 동생한테 장난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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