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이탈리아로 떠났었다. 겨울 방학에 한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창이 장난스럽게 한 제안에 먼 미래의 일일 줄 알고 그러자고 덜컥 답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 다음 여름 방학에 즉흥적으로 정말 떠나게 될 줄이야. 해외여행 자체가 처음이었던 친구와 미국에 있던 나는 로마 공항에서 만나자는 약속만 하고 무모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운 좋고 무탈하게 타국에서 상봉한 우리는 로마에서 시작해 바티칸, 피렌체, 피사, 밀라노 그리고 베니스를 거친 다음 나폴리까지 갔다. 여행을 통틀어 제일 기억에 남은 곳은 바로 피렌체였다. 그 이유는 무턱대고 시작한 여행인지라 갖은 고생은 어디서나 다했지만, 그중에서도 피렌체에서 제일 힘들었기 때문이다.
피렌체에는 두오모 성당과 조토의 종탑이 있었는데 각각 463개과 414개의 계단을 올라가서 경치를 구경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비좁은 계단을 앞뒤로 해서 다른 관광객들에 치여 숨이 턱턱 막혀가며 걷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올라가는 동안 친구와 한 대화는 “야 우리 얼마나 더 가야 해? 앞에 뭐 보여? 다 온 거 같아?”라는 질문과 “말 시키지 마. 숨 쉬는 것도 힘드니까”라는 대답이 다 일 정도였다. 정말 어떻게 도착했는지 모르지만, 꼭대기에 도착해서 본 광경은 정말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멋있었다.
이처럼 돌이켜보면 가슴속 깊이 남는 것은 고생이 수반된 일들인 것 같다. 반면, 초등학교 2학년에 시작한 바이올린은 12년을 켰지만 정말 죽도록 열심히 연습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없다. 그 결과, 내가 신입생부터 몸담아 온 한인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이번 학기는 회장을 맡게 다는 사람이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방관할 수밖에 없다. 마음 같아서는 나라도 맡아 내 대학생활의 일부이자 애착이 있는 동아리를 이어가고 싶지만 그럴 실력 안 되는 게 열심히 연습해오지 않은 결과이기에 스스로 너무 한심하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광경을 보기 위해 약 874개의 계단을 오르듯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결과를 있게 하는 노력이 바탕 돼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다. 어떤 일이라도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일만 시간의 법칙’을 더 늦기 전에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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