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건강하다. 건강하면 그냥 건강한 건데 너무 건강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남들 다 걸리는 흔한 감기도 잘 안 걸리고 어렸을 때 다 해보는 깁스 한 번 못 해 봤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는 가끔 감기도 걸리고 싶었다. 아프면 엄마가 나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고 학교도 안가도 돼서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은 추운 겨울날 일부러 더 춥게 입고 이불도 안 덮고 자서 감기에 걸린 적도 있다. 이렇듯 나는 병 때문에 고생한 기억은 별로 없다. 문제는 다 커서 겪은 사고들 때문에 꽤나 고생한 기억이 많다.
아프리카에 교육 봉사를 하러 갔었을 때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서 쉬고 있었다. 친구들과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간지럼 태우는 장난을 시작했다.
나는 원체 간지러움에 약해서 웃음은 나오는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친구의 손길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몸이 기우뚱하며 침대에서 바닥으로 향했고,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얼른 발을 땅에 짚었다.
그런데 불행히 물컵이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었고 나는 그 유리컵을 밟았다. 유리컵은 내 발에 집중된 체중에 의해 산산 조각이 났고 순식간에 내 발에서 피가 났다. 영화에서처럼 피가 철철 나 바닥 카펫을 흥건히 적셔가며 퍼져나가는 광경은 실제로 처음 보았다. 덕분에 생전 처음 남아공의 응급실에 실려가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를 꿰매는경험을 했다.
독일에서 살 때 어느 날 아침 일어나 이층 침실에서 일층 거실로 향하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살짝 스텝이 엉켰던 것 같다. 그 결과 나는 엉덩이로 계단을 내려와 마지막엔 대리석 바닥에 착지했다.
순간적으로 어지러우면서 앞이 캄캄해져, 무서움을 넘어서 공포스러웠다. 다행히 곧 다시 똑바로 보였고 병원에 가자 꼬리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꼬리뼈는 깁스를 할 수 없는 부위여서 그냥 일주일 내내 엉거주춤한 자세로 잠을 자고 아픔을 참아야 해서 고생했었던 기억이 있다.
건강은 자만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병은 우리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귀가 달려서 안 아프다고 하면 찾아온다고 한다. 나는 병보다 사고에 시달렸지만, 병이던 사고던 둘 다 사람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서운 존재인 것 같다. 최대한 예방하도록 노력하고 항상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 건강이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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