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땅에 다녀오려고 한다. 그쪽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하다. 3주일 동안의 여정을 시작한다. 가서, 보이는 대로 보고 오겠다. 그리고 느낀 대로 전해드릴 예정이다.
미국 이민 25년이 되는 지난 2009년, 내 조국의 황토 흙을 밟으며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고 싶었다. 통일이라는 꿈이 점점 멀어져 가는 안타까운 한반도의 현실을 보면서, 하나가 되어야할 그 땅을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걸어가기로 작정했다.
그 해 3월, 반도의 남쪽 끝 전남 해남군 땅끝 마을에서 걷기 시작했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걸어가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그 여정을 “조국통일기원 국토종단”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때의 얘기를 “내 땅, 내발로 걷는다”는 책으로 냈다.
남녘 종단을 끝내고 나서, 북녘 땅을 걸어 반도의 끝까지 가고 싶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우선 반도를 묶고 있는 허리띠를 따라 걷기로 했다. 종단 2년 뒤인 2011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휴전선을 따라 임진각까지 걷고, 강화도를 거쳐 연평도까지 다녀왔다. 19일이 걸렸다. 횡단 했던 일을 “아픈 허리, 그 길을 따라”라는 책에 담았다.
남한 종단과 횡단을 끝내고 나서, 다시 북녘 땅을 가려고 노력했다. 그곳은 허락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북녘 산천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북한을 가겠다고 하자 아내가 펄쩍 뛰었다. 여러 명의 미국인이 잡혀있는 무서운 그 땅을 무엇 때문에 가느냐며 기를 쓰고 말렸다. 이웃이나 친구들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스럽다며 고개를 흔들어댔다.
하도 주위에서 반대를 하니 사실은 나도 마음이 좀 흔들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나 무섭고 두려운 땅인지 내 발로 직접 걸으면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일었다.
나는 그 땅이 같은 말을 쓰고 피를 나눈 우리 형제들이 사는 곳임을 안다. 평화와 통일을 향해 흐르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믿는다. 가지 않는 거친 숲. 그 수풀을 헤치고 누군가 걸어가면 길이 생긴다. 더 많은 사람이 다니면 길은 서서히 넓어지고, 마침내 대로가 된다. 가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분단 60년이 넘었다. 세월만큼 남쪽도 많이 변했지만 북쪽도 관혼상제를 비롯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많이 변했을 터이다.
그 오랜 기간을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며 지냈다. 과장되고 왜곡된 모습으로 서로를 폄하해왔다. 이제 분단을 끝내야 한다.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는 게 중요하다.
남쪽 출신 작가가 공식적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3주간 돌아보는 일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 의미가 바래지 않도록, 곳곳을 걸어가면서 혹은 차로 이동하면서 가능하면 많은 곳을 둘러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볼 예정이다.
그들의 이야기와 풍경을 보이는 대로 담아 와서 느낀 대로 쓸 작정이다. 그리하여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 북녘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다녀온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릴 계획이다.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북녘 땅 여정을 시작한다.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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