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2세 미군의‘라이언 일병 구하기’
▶ 은성 무공훈장 받은 조나단 공씨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아프간 파견돼 탈레반과 교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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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사방에서 날아와 발 앞에 떨어지면서 흙먼지를 일으키고 이젠 정말 죽는구나 싶었어요.”
산호세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 참전 미 해군 소속인 조나단 공(한국명 공병덕·25)씨가 탈레반의 매복에 당해 총탄을 맞고 쓰러진 부대원을 구한 공로로 지난 9월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해군 의무병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해병대 1대대, 5연대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그는 2011년 6월13일 헬만드 지역 작전에 투입됐다. 당시 그의 나이 22살 이었다.
“헬만드는 탈레반의 공격이 거센 지역으로 손꼽혔어요. 당시 부대 북쪽 지역이 탈레반에게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4일 간의 작전에 투입됐죠.”출발한 첫날 2시간 만에 폐허가 된 코토제이라는 마을에서 적의 매복에 걸려들었다. 엄폐물과 엄폐물 사이를 한 명이 도달하면 그 다음 부대원이 이동하는 식으로 달리던 중 앞에 가던 병사가 총에 맞고 쓰러졌다.
일순간 주위에 죽음과 같은 적막이 흘렀고 총성의 메아리만 들려왔다. 공씨의 눈에 가슴에 총을 맞은 병사가 하늘을 바라보며 흡사 휘파람 소리와도 같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게 들어왔다.
그 순간 동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총알들도 그를 향해 다시 날아왔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이대로 두면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살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그렇게 그는 스스로 일명 죽음의 구역이라고 불리는 ‘킬존’ (Kill Zone)으로 뛰어들었다.
공씨는 빗발치듯 날아오는 총탄을 피해 가까스로 부상병 옆에 도달했지만 그를 끌고 갈 수 없었다. 6피트 가까운 키에 170-80파운드에 달하는 체구, 130파운드의 배낭과 장비까지 총 300파운드가 넘는 그를 끌고 엄폐물까지 가기엔 무리였다.
일어났다가 넘어지길 몇 번이나 했을까 그는 점점 두려움을 느꼈다. 공씨는 “총알들이 바로 옆에 떨어지면서 죽는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친 부대원을 포기할 수 없었다. 총을 집어 들고 자기 몸으로 부상병을 막은 채 적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부대원들의 엄호도 힘이 됐다. 그 순간 비상시 장비를 떼어 낼 수 있는 손잡이가 보였다. 장비를 떼어낸 그는 부상당한 동료병사를 끌고 15미터나 전진해 부서진 담이 있는 엄폐물까지 도달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마치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랄까. 15미터가 100미터는 되는 듯이 무너진 담이 까마득히 멀게 보였어요. 담까지 왔을 때 나도 동료도 살았다는 걸 알았죠.”공씨의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은 부대원들을 통해 알려졌고 드디어 지난 9월20일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미 서부 최대 해병대기지인 ‘캠프 펜들턴’에서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를 위한 훈장수여식에서 로렌스 니콜슨 소장이 직접 훈장을 달아주기도 했다. 은성무공훈장은 미군의 적대세력과의 군사작전 중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타인을 구하는 등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 미군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서열상 3위로 의회명예훈장, 공훈십자훈장 다음에 해당할 정도로 전쟁영웅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 훈장이다.
2013년 9월, 6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그는 밀피타스에서 부모 공영식, 공미라씨와 살고 있다. 현재 디안자 칼리지에 다니면서 의대 진학을 목표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김판겸 기자>
지난달 9월20일 캠프 펜들턴에서 열린 은성무공훈장수여식에서 조나단 공씨가 훈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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