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달이 지나면 2014년 한 해가 또 지난다. 내년 2015년에는 대학교를 졸업하게 되는데, 긴 학생 생활 끝에 졸업과 동시에 학생 신분이 더는 아니라는 사실에 걱정이 앞선다. 아직 학교라는 보호막을 벗어날 준비가 돼있지 않은 것 같다. 학생이어서 주어지는 기회들을 더 누리지 못하고 더 많은 도전을 하지 않은 게 벌써 후회스럽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내가 준비되기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 것 같아 두렵다. 어제 학교에서 신경숙 작가님을 모신 심포지엄이 열렸다. 작가님은 십 년에 장편 소설 하나라는 계획을 두고 계신다고 한다. 항아리 묻듯이 담아두었다가 뚜껑 근처까지 차오르면 다시 열어보신다고 한다. 소재나 인물, 문장 하나도 작가님 마음속에 오래 머물다 글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나는 길게 보는 것이 두렵고 계획이 지켜지지 않았을 시에 혹시 좌절감을 느끼게 될까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다. 십년은커녕 새해가 밝을 때 남들은 다한다는 일년짜리 신년 계획이나 다짐 또한 해본 적이 없다. 물 흐르듯이 살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코앞을 보며 지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주체성이 없어지고 놓치거나 잊고 살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십 년 뒤 내가 돌아볼 수 있는 계획을 한 번 세워 봐야겠다. 십 년 뒤면 이십 대가 다 지나가고 삼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지금으로선 거부감이 들어 생각조차 하기 솔직히 싫지만 말이다.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카멜, 요세미티, 나파, 뉴욕, 하와이, 부산, 제주도, 일본, 대만, 세부, 보라카이, 몰디브, 스페인, 터키, 이집트, 남미 여행가기, 중국어 배우기, 운동 꾸준히 하기, 틈틈이 책 읽기, 저금하기, 가족과 많은 시간 보내며 추억 만들기, 진정한 친구 두 명 더 만들기, 직장을 구해 사회생활에 적응해 있기. 어느 내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도 비슷할 듯한 평범한 계획인 것 같다.
모두 그렇듯 매일 후회 없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보내고 싶은 욕망,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기고 배우고 싶은 열정, 건강하게 체력을 길러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싶은 욕심이 난다. 갈수록 어렸을 때의 거창한 꿈이 허황하게 느껴질 정도로 내 바람이 소박하게, 긍정적으로 말하면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십 년쯤 뒤엔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을 테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미래가 궁금하기도 하다.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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