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타임스퀘어 인근의 한 댄스 스튜디오. 30여 명의 타인종 학생들이 카라의 전 멤버 니콜의 데뷔곡 ‘마마’에 맞춰 현란한 춤을 선보이고 있었다. 가끔 박자를 놓치거나 동작이 틀리기도 하지만 표정만은 마치 공연을 앞둔 전문 댄서처럼 진지했다. 이들을 가르치는 작은 체구의 한인 여성은 지난 7년간 한국의 K팝 댄스를 전수하고 있는 ‘아이러브댄스’의 최문주(사진) 원장이다.
성인이 된 후 미국으로 산업디자인학과를 전공하러 온 최 원장은 춤이 좋아 2006년 초보자를 위한 댄스 아카데미 ‘아이러브댄스’를 열고 힙합 댄스를 가르쳤다.
최 원장은 "춤 경력도 없던 제가 춤을 배운지 1년 만에 한인 정보 웹사이트를 통해 홍보했던 터라 수강생이 많을 리 없었다"며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바텐더 등 2~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어렵게 운영되던 ‘아이러브댄스’는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으로 번지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9년 한국 아이돌 가수의 춤을 배우겠다는 첫 학생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K팝 댄스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최 원장은 "당시 원더걸스의 ‘텔미’가 한국을 휩쓸고 있을 때 처음으로 중국인 학생이 찾아왔다"며 "그 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타인종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해 지금은 전체 수강생의 90%가 타인종"이라고 전했다.
2009년 1~2명에 불과했던 타인종 수강생들은 2011년께 30명으로 늘어 현재는 매달 90~100여명이 K팝 댄스를 배우고 있다. 수강생의 나이는 14세 중학생부터 30대 중반의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댄스 강사도 최 원장 혼자에서 분야별 강사 8명으로 늘었다.
근 10년의 역사를 가진 ‘아이러브댄스’는 K팝을 모르는 미국인들에게도 한국의 가요와 춤을 전하고 있다. 매년 5월 수강생들이 마련하는 ‘쇼케이스’에는 매년 500여명이 몰리며 K팝 최대 축제로 자리잡았다. 최 원장은 "4개월간 50여명의 학생들이 20여개 작품을 연습해 무대에 올린다"며 "친구와 가족 등 K팝을 모르던 사람들까지도 공연을 보고 팬이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맨하탄 타임스퀘어, 그랜드센트럴역 등 맨하탄의 중심에서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찍거나 플래시몹을 펼쳐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에게 깜짝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최 원장은 새로운 댄스곡을 연습할 때마다 수강생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데 투애니원(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조회수가 67만2,000건에 달한다.
최 원장은 K팝 댄스를 통해 많은 타인종들이 단순히 춤 동작을 넘어 한국의 언어와 음식, 문화를 배운다고 말한다. 그는 "제게 K팝 댄스를 배우는 학생들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손을 모으고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고 인사를 한다"며 "수강생 절반 이상은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매일 챙겨볼만큼 한국을 배우고 싶은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개인 강습 뿐 아니라 퀸즈나 뉴저지, 롱아일랜드 등에서도 클래스를 열어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기회가 된다면 여러 지역으로 ‘아이러브댄스’ 지점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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