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그룹 ‘2AM’ 멤버 이창민(29)은 즐거워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에서 만나 “기타 연습으로 오른손 검지 끝이 뭉툭해졌다"면서 웃었다. 3주간 기타를 연습했다는데 수년간 연주에 몰두한 사람 손 같았다.
몇 가지 기본 기타 코드만 알던 이창민은 창작뮤지컬 ‘오디션’(극본·음악·연출 박용전)의 남자 주인공 ‘병태’ 역에 캐스팅되면서 기타리스트가 됐다. 출연배우가 직접 기타, 드럼, 베이스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다.
아이돌 중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지닌 이창민은 “제대로 연주하는 악기가 없었다"고 했다. “피아노 연주도 제 노래 반주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디션에서 기타를 연주하다 보니 음악적인 욕심이 생기더라"고 눈을 빛냈다.
‘오디션’은 2007년 초연 당시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극본상을 받았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록밴드 ‘복스팝’ 멤버들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지난해까지 약 1,700회 공연했다. 이번에 처음 합류한 이창민은 음악을 향한 열정은 강하지만, 소심한 데다 무대 공포증까지 있는 ‘병태’를 연기한다.
뮤지컬 ‘친구’에서 함께 작업한 안무가 최인숙이 추천했다. 자신과 딱 맞는 역이라 했다. 평소 이창민을 밝고 남자답다 생각하는 일반 팬에게는 낯설 법도 하다. “정말 날 잘 아는 사람들은 걱정 좀 그만하라고 한다. 내 고민을 들어주던 최 선생님도 내가 어떤 캐릭터인지 아신 거다."(웃음)이전까지 주로 판타지 성향이 짙은 캐릭터를 맡아온 것도 병태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일반 친구들은 그런 모습이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밴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한 명씩은 있지 않나. 그런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어서 출연하고 싶었다."
‘잭더리퍼’의 달타냥, ‘삼총사’의 ‘달타냥’ ‘친구’의 ‘준석’ 등 이전 캐릭터는 개성이 뚜렷했다. 그래서 “큰 방향이 없는 병태가 어렵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어느새 극에 스며드는 걸 보여주는 것이 숙제"라고 고민했다.
인디 록밴드 이야기지만 동시에 지난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습하면서 과거 내 생각을 많이 했다. 학교에 다니고 군 전역을 하면서 월세가 없어 아등바등했던 때가 생각났다. 만약에 내가 가수가 되지 않았으면 비슷하게 살지 않았을까…. 혹시 나였을지도 모를 모습을 연기하고 싶기도 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다. “오디션’을 연습하면서 왜 저 나이 때(20대 중반) 내가 좋아하는 것에 주력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물론 20대 중후반 때 정말 열심히 해서 유명해지고 돈을 벌었지만, 심적으로는 힘들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는 살아 있는 것 같아서 좋았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음을 다했다. 그러나 ‘너를 정말 음악에 불살랐는가’에 질문에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2AM 멤버들도 자신들이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 각자 있고, 그중 교집합으로 묶인 팀이라고 했다. “진운이는 록, 슬옹이는 R&B, 조권은 트렌디한 팝을 좋아한다. 나는 펑키다. 우리는 대중가수이므로 대중이 원하는 것을 들려줘야 하는 게 맞다. 우리가 우리의 음악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각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따라서 뮤지컬로 대리 만족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지금 내 마음에도 ‘네 음악을 해라’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웃었다.
뮤지컬계에서는 2AM 멤버 이창민이 아닌 뮤지컬배우 이창민으로 통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아직 관객들에게는 2AM 이창민이 출연하는 뮤지컬이라는 점이 크게 다가간다. 그래서 공연장을 찾으신 분들이 많다. 관객들이 제가 아닌 캐릭터로 보게 하는데 빨라도 10~15분이 걸린다. 그러면 내가 뮤지컬 러닝타임 두 시간을 온전히 책임을 못진 거다. 공연마다 10명씩 뮤지컬배우 이창민 팬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비싼 돈을 내고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뮤지컬로서 보답해야 한다."
‘오디션’ 역시 이창민이 아닌 병태로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목표는 작품 속에서 튀지 않은 거다. 병태는 계속 친구들을 관찰한다. 나 역시 그렇게 돼야 한다." 뭉툭해진 손가락들로 주먹을 꼭 쥐며 이창민이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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