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적인 풍치로 손꼽히는 관광도시
▶ 낮과 밤이 확연히 달라 매력적
어제 저녁 재즈에 빠져 정신 없이 마신 맥주 맛이 아직도 입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같으면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시원한 해장국이련만 이곳에서 최선의 방법은 뉴 올린스 대표적 음식인 검보 수프(Gumbo Soup)로 대신 하는 수 밖에 – 검보 수프란 우리 음식으로 말하면 해물탕 – 여기에 타바스코(Tabasco) 소스 몇 방울 떨어뜨려 먹으니 어제의 취기가 확 깨고 정신이 번쩍 든다. 새벽까지 놀고 그 위험하다는 이곳에서 겁도 없이 노숙(?)도 해보고, 우연히 Driving Tour를 따라가다 기대하지 못했던 멋진 거리들과 스페인풍의 예쁜 집, 바다 같은 호수(Lake Pontehartrain)까지 볼 수 있었다.
새삼 느낀 것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이 뉴 올린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 뉴 올린의 Jazz, Mardi Gras, Hurricane(술)등 모든 것들이 이곳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낮에는 작고 예쁜 거리를 거닐며 골동품가게 또는 아담한 갤러리를 둘러보거나 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을 즐기며 드라이브, 밤에는 사람의 혼을 확 빼놓는 Bourbon Street에서 재즈를 즐기거나 신나게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어 가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곳 뉴 올린스!!뉴 올린스는 재즈의 고향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상 이 도시는 미국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이기도 하다. 뉴 올린스에는 미시시피 강이 흐르는데 18세기 초 프랑스는 이 강의 풍부한 수량을 이용한 교통 요지로 건설했다.
당시 루이지애나 주는 프랑스령이었고 1722년 뉴 올린스는 루이지애나의 수도가 되었다. 루이지애나는 유럽 열강들의 전쟁 사이에서 잠시 스페인의 영토가 되었다가 다시 프랑스의 지배를 거쳐 그 유명한 나폴레옹의 판매, 즉 미국의 루이지애나 구입으로 1812년 미합중국에 귀속되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뉴 올린스에는 유럽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 이국적인 풍치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관광 도시가 되었다. 비록 수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엄청난 수해를 입고 많은 부분이 손상을 입었지만 아픔을 딛고 새롭게 부활하여 예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올린스의 과거 모습은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 지역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름은 프렌치 쿼터지만 프랑스식 건물은 18세기에 일어났던 화재로 많이 손상되었고 스페인 사람들이 세운 스페인풍 건물들이 거리에 주로 남아있다. 프렌치 쿼터는 잭슨 광장(Jackson Square)을 중심으로 미시시피 강 연안에 있는 90블럭 정도의 일대를 말하며 뉴 올린스 관광의 핵심을 이룬다. 프렌치 쿼터의 중심가는 버번 스트리트(Bourbon Street)이며 이 거리 양쪽에 유명한 재즈 클럽과 카페, 스트립 쇼 극장들이 모여있다.
잭슨 광장에는 뉴 올린스 전쟁의 영웅인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기마상이 있고 정면에는 1794년에 지은 웅장한 세인트루시아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잭슨 광장을 끼고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퐁탈바(Pontalba) 아파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재도 인기가 높아 입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미시시피강 연안을 따라 형성된 프렌치 마켓은 200년의 역사를 가진 재래시장인데 노예를 거래하던 곳으로 오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다국적 분위기가 가득한, 한국의 남대문시장 같은 명소가 되었다.
이곳에는 크레올(Creole), 케이젼(Cajun)등 남부 스타일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지만 빼놓지 말고 들릴 곳이 값싸고 맛있는 카페 드몽(Café du Monde)이다. 메인 메뉴인 빈예 도넛(Beignets Donuts)과 카페 올레(Café Au Lait)를 먹으려 40분쯤 줄을 서 기다린 후 간신히 자리잡고 앉았다. 일반적인 동그란 도넛이 아니라 사각형의 도넛 위에 슈가 파우더를 뿌린 도넛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오랜 기다림의 지루함이 사라지며 거기에 프렌치 스타일 커피를 곁들이니 여행의 피로감까지 눈 녹듯 사라진다. 해가지고 어둠이 깔리면 프렌치 쿼터는 재즈의 고향으로 본 모습을 드러낸다. 옛날에 뱃사람을 부르던 홍등가의 불빛은 지금은 스트립 댄스 클럽의 네온사인으로 이어지고 옛모습 그대로 지닌 재즈 클럽들이 희미한 불빛을 밝히기 시작한다.
번화가인 버번 스트리트에는 밤을 잊은 사람들이 부나비처럼 모여들고 나는 그들과 어깨를 부딪혀가며 버번 향기 가득한 골목길을 지나 그 유명한 프리져베이션 홀(Preservation Hall)을 찾았다. 250년 전에 지어졌다는 건물은 그 모습 그대로인데 허름한 창고 같은 이 홀은 1961년에 연주 홀로 바뀐 뒤로 재즈맨들에게는 일종의 성지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 흔한 음향시설, 에어컨 하나 없지만 변하지 않는 음악 혼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둡고 약간 답답한 공기로 가득 찬 좁은 마루에 주저앉아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든 뮤지션들의 연주를 들었다. 악보 없이 즉흥으로 연주하는 재즈의 진수를 그대로, 피아노는 피아노대로, 트럼펫은 트럼펫대로, 드럼은 드럼대로 제각기 음악을 인생과 영혼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간다. 누군가의 말대로 재즈는 어둠과 블랙의 산물임을 실감한다.
몽롱한 상태로 홀을 빠져 나온 나는,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이끌려 또다시 조그만 나무의자에 앉아 어둠침침한 무대에 귀 기울인다. 정말로 어디까지 가야 내 목마름을 채울 수 있을는지…밤늦게까지 거리를 헤매던 나는 다음날 늦은 잠에서 깨어나 다시 버번 스트리트를 찾았다. 낡은 건물과 골목은 색채를 잃어버리고 갑자기 시간이 한꺼번에 흘러 지난밤의 모든 것들이 먼 과거로 사라진,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한다. 우리네 인생사도 결국엔 이렇게 헛되고 헛되고 또 헛된 것 인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오늘도 또 그 길을 달려간다.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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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루이스 성당과 앤드류 잭슨 장군의 기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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