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프로듀사’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프로듀사’는 방송국 PD를 일컫는 ‘프로듀서’의 끝 자를 ‘사’로 고친 말이다.
드라마 첫 회를 보면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이 KBS의 PD로 입사하자 “우리 집안에 의사인 사위, 곧 검사가 될 큰 아들에 이어 작은 아들까지 ‘사’자가 됐구나!”라며 기뻐한다. 부인이 “왜 PD가 ‘사’ 자야?”라고 묻자 “프로듀…사, 프로듀사도 ‘사’자 직업이잖아… 허허허”라며 너스레를 떤다. 한국 부모들의 ‘사’자 직업에 대한 끝없는 열망을 나타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지난 4~5년간 미국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우수한 한인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다들 하나같이 공부를 잘했다. 내신 성적은 만점에 가까웠고 수준급 악기 연주는 물론 아프리카 봉사활동에 교내 클럽 활동에도 열심히 들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아이비리그를 비롯 명문 대학에 잘도 들어간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십중팔구 의사나 변호사 등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나 금융투자가 등 고소득 직종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유독 한인 부모에게서 자란 학생들이 갖는 직업의 범위가 좁다. 한인 1.5세, 2세들은 요즘 잘 나가는 컴퓨터 엔지니어나 소프트 프로그래머, SNS 개발자보다는 여전히 의사나 변호사, 월가 금융계 종사자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스스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 선택했을 수도 있지만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암묵적인 ‘압력’ 역시 작용했으리라 본다.
미슐랭 스타로 유명한 ‘단지’ 식당 대표인 후니 김씨를 보면 원래 의사였다가 요리사의 길로 들어선 경우다. 확실하진 않지만 원래부터 자신이 원했던 진짜 장래 희망은 흰 가운을 걸친 의사가 아닌 흰 앞치마를 걸친 요리사였던 것이리라.
얼마 전 인텔 국제과학기술 경진대회 출전했던 윤형준 군과의 인터뷰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저 거북이가 좋아 거북이를 공부하고 여름에는 하루 종일 강가에 나가 거북이를 연구한다는 윤 군은 “커서 파충류 전문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은 이 직업이 돈을 많이 못 벌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니까 괜찮아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사’자 직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녀가 진정으로 하고자하는 일이 뭔가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한인 부모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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