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단순 서비스업으로 이민생활 시작
▶ 최근 LA등 서부 한인들 유입, 자영업 열풍
알래스카 주립대 김용원 교수
페어뱅스 다운타운 인근 한인회·한식당·식료품점 입주건물은 한인사회 이정표 역할을 한다.
※ 광복 70돌 특별 기획
■ 알래스카 페어뱅스 한인사회·경제 현황
페어뱅스 한인들은 대부분 청소부와 식당 종업원 등 단순 서비스업 종사자로 아메리칸 드림을 시작했다.
1970년 말 남편 장성채씨와 페어뱅스로 이민 온 한효영(57)씨는 “페어뱅스에서 영어를 못 하면 직업을 찾기 힘들다. 일자리를 얻고 싶어 막 태어난 딸 영선이를 업고 학교 앞에서 ‘헝그리, 헝그리’를 외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씨가 딸을 앞세워 학교 관계자들 눈에 띄고자 했던 생각은 통했다.
그는 한국 전통과 한식을 소개하는 기회를 얻었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 눈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얻은 일자리는 겨울철 학교 교실에 석탄을 나르는 일. “급여가 좋았다”던 한씨는 이후 학교 청소도 맡게 됐고 30년이 지난 지금 빌딩 10곳 청소를 전담하는 용역업체 사장이 됐다.
한씨처럼 페어뱅스 한인들은 무에서 유를 이룬 경우가 많다. 특히 한인 자체상권을 구축할 인구가 안 돼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일이 곧 생존이다.
1995년 페어뱅스 이민 후 홈타운 레스토랑을 개업한 김미정(47)씨는 남편 김현수(54)씨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김씨는 “손님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노력했고 입소문을 타게 했다. 주 7일 영업하며 단골에게 신뢰를 얻은 것이 식당 영업의 힘”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남편과 커뮤니티 행사 때 음식 등을 후원하고 페어뱅스 한글학교 재정을 책임지는 든든한 지원자이기도 하다.
1997년 3월 한식당 서울옥을 시작한 백정하(59)씨는 “삼호관광을 통해 페어뱅스를 찾는 한인 관광객이 오실 때마다 동네 인심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요즘 이곳 주민들도 한식이 건강식이란 인식을 갖게됐다. 비빔밥을 즐기고 김치를 찾는 모습이 지난 10년 동안 달라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페어뱅스 한인 이민 1세대는 대부분 60대 전후로 은퇴를 준비 중이다.
최근 LA 등 서부 지역에서 올라온 한인들은 자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7년 LA에서 페어뱅스로 이사온 찰리 이(60대 중반)·앤지 이(60대초반) 부부는 현지에서 가장 큰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편배송으로 한국일보를 20년째 읽는다는 부부는 “처음엔 겨울이 너무 추워 LA가 매일 생각났다. 하지만 LA와 달리 남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경쟁이 덜한 사업 환경이 이곳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2015년 알래스카 한인록에 따르면 페어뱅스 한인 업체는 식당 11개, 청소 및 보수업체 8개, 세탁소 및 의류수선 5개, 호텔 및 모텔 4개, 옷집 3개, 미용실 3개, 화원 3개, 식품점, 보험, 화장품점 각각 1개 등이다. 한인교회는 총 5개다.
현지 한인들에 따르면 알래스카 페어뱅스의 ‘부동산’ 시세는 스튜디오 한달 렌트비가 800~900달러 이상, 2베드 콘도 매매가는 10만달러이상, 2베드 이상 주택 매매가는 15만달러 이상에 형성돼 있다.
■ 페어뱅스 주부들이 전하는 삶
페어뱅스는 한인 주부들은 LA나 뉴욕 한인타운 식료품점과 한식당을 가장 그리워했다. 주부들은 자장면 한 그릇에 19.99달러, 생기 잃은 파나 깻잎 한 단이 3~5달러 하는 페어뱅스 물가를 본토 한인타운 마켓과 자주 비교한다.
홈타운 레스토랑 안주인 김미정씨는 “5.99달러 자장면이나 각종 한식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LA가 참 부럽다”며 “여기는 한식당 메뉴가 한정돼 있고 맛도 비슷하다”며 웃었다.
한효영씨도 “겨울을 6개월 보내다 보면 LA로 날아가 맛집 구경을 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야채나 과일 등을 비행기로 공수해 물가가 비싸다. 한인 가정마다 제한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이곳 한인 여성들은 일선 현장에서 남성과 비슷한 역량을 보인다. 페어뱅스에 15년 거주한 이명숙(60)씨는 학교에서 식당일을 한다. 이씨는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 계절별로 취미생활을 개발해야 한다. 직업의 귀천도 없고 다들 맡은 일에 열심”이라고 전했다.
페어뱅스 거주 10년째인 스쿨버스 운전사 고수지(46)씨는 “운전할 때 학생들 안전을 가장 크게 신경 쓰는데 다른 운전자들이 생각보다 양보를 하지 않아 속상할 때도 많다”면서 “12월에는 해가 2~3시간만 뜨는데 너무 추워 공기 속 수분이 다 얼어붙는다. 본토 분들에게 여기로 이사 오라고 말하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 따뜻해지는 알래스카, 온난화 현상의 바로미터
알래스카 취재 기간 한인 등 현지인들은 “기후가 이상할 정도로 따뜻해졌다”는 말을 자주했다. 아메리카 최북단 배로우 이누피엣 문화유산센터 가이드는 “올해는 한 달 정도 빠른 4월부터 북극해 얼음이 녹았다.
우리는 추운 날씨가 좋은데 이상하다”고 걱정했다. 페어뱅스와 앵커리지 한인들도 “산봉우리 눈이 다 없어졌고 여름 한낮에 70~80도까지 올라가는 건 이곳 생활 중 처음”이라고 놀라워했다.
이에 대해 페어뱅스 소재 알래스카대 본교(UAK) 국제 북극권 연구센터(IARC) 김용원(사진) 교수는 “태양의 주기적인 흑점변화, 지구자전 등 변수로 지구온난화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알래스카 기후가 극단으로 변했다는 것은 지구전체 변화를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김용원 교수는 “온도가 올라가면 빙하와 극지대 동토(Permafrost)도 녹는다. 식생과 생태계가 급변하면 포유류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 지구온난화를 무작정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 교수는 ‘지구 생태복원력’이란 자연의 힘도 긍정했다. 세계 각국이 온난화 현상 이후 북극해 유전, 메탄 하이드레이트 등 지하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김용원 교수는 1999년 11월부터 UAK에서 지구온난화 현상과 동토를 연구하고 있다. 2001년 5월 한국일보기자를 만났던 김 교수는 14년 동안 한국 학자 중 북극권 연구 1인자가 돼 있었다. 그는 매년 1~2차례 프르드호 만에서 페어뱅스까지 약 4,10마일 송유관 10개 지점에 설치한 기후변화 및 생태계 측정기를 직접 확인하며 대기관측 및 온실효과 연구에 매진한다.
◆취재협조: 페어뱅스 관광청(explorefairbanks.com), 앵커리지 관광청(www.anchorag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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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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