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지빠귀 (mockingbird) 는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새다. 다른 동물들의 흉내를 내는듯한 청랑한 노래소리는 듣는 이들의 귀를 상쾌하게 한다. 누가 이런 새를 죽이랴?
미국 청소년 필독서로서 성경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흉내지빠귀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가 지난 몇달간 다시 한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이 소설의 큰 흐름인 인종차별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때문이다.
흉내지빠귀 죽이기는, 한 백인여성을 성폭행 했다고 모함 받는 한 흑인남성을, 한 백인변호사가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종차별이 상식화 되어 있는 당시 사회에서 백인변호사가 흑인의 무죄를 변호한다는 이야기는 인종차별의 편견을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래서 소설속의 백인변호사 핀치 (Finch) 는 이 시대의 의로운 영웅이었다.
그런데 1960년도에 출간된 이 책 한권으로 퓰리처상까지 받은 저자 하퍼리 (Harper Lee) 가 오랜 침묵 끝에 최근에 또 한권의 책 파수꾼 (Go set a Watchman; 가서 파수꾼을 세우라) 을 출간한다.
인종차별에 반기를 든 한 의식있는 작가가 쓴 후속작이기에 당연히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왠걸, 대실망이다! 속편 파수꾼 에서는 전편의 의로운 백인변호사 핀치가 오히려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어버리기때문이다. 영웅 핀치의 변절에 그동안 그에게 환호했던 수많은 독자들이 반기를 든것이다.
흉내지빠귀 죽이기 에서 성폭행 모함을 받은 흑인 청년 로빈슨 (Robinson)은 영웅 핀치 변호사의 도움으로 무죄를 입증받는다. 하지만 백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의 불의한 판결로 유죄를 선고받자 낙망해 탈옥을 시도하다 사살당한다. 물론 소설 속의 흉내지빠귀는 무고한 흑인청년 로빈슨 (Robinson)을 상징한다. 그는 흉내지빠귀처럼 착하고 사랑스럽고 남에게 해를 끼지기보다는 기쁨을 주는 청년이었다. 그런데 죽었다. 인종차별이 살인자다.
인종차별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그 더러운 냄새를 풍긴다. 약 한달전 한 백인청년 딜란 루프 (Dylann Roof) 의 찰스턴 흑인교회의 총기난사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다. 몇주전 오바마 대통령이 오클라호마 연방교도소를 방문하면서 대량투옥 위주의 미 사법체계의 개혁을 언급한 이면에도 사실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깔려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감자중 흑인이 57%, 히스패닉이 33%, 그리고 백인은 7% 다. 흑인과 히스페닉 수감자를 합치면 90%가 넘는다. 백인인구가 아직도 압도적인 (70% 내외) 상황에서의 이 현상을 어찌 이해해야할까? 고도의 차별적 씨스템이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태생적 기득권과 우월함을 놓치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상 가능한 일이다. “미국인은 백인이다”라는 잠재적 인식이 이를 방증한다.
인종차별은 인간의 죄성이 낳은 더럽고 냄새나는 오물이다. 갑질의 횡포, 외모의 상품화, 인간 등급화등은 인간존엄성을 파괴하는 그 아류들이다. 성경은 인종차별을 거부한다. 아니 심판한다. 주님은 남여차별, 빈부차별, 주종차별, 인종차별에 대해 분노하시면서 하나님나라의 원리로 도전하셨다. 성전청결 사건 (마 21장) 과 세족식 의식 (요 13장) 이 이를 잘 대변한다.
그래서 주님의 마지막 승천약속은 분명히 새겨두어야 한다.“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행 1:8) 천대받던 사마리아를 언급하신 것은 의도적이다. 하나님나라는 차별이 없는 곳임을 확증하시기 위함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그 이기성때문에 누구를 막론하고 흉내지빠귀를 죽이려는 죄성이 항상 꿈틀댄다. 성령의 사람이라면 그 어떤 형태의 차별에도 경각심을 갖는 것이 경건한 신앙의 단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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