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목표
▶ 암각화 보존 물막이 댐 내년 12월까지 완공
[반구대 암각화 국보 지정 20주년]
그건 우연이었고 행운이었다. 아니, 젊은 학자의 지극정성에 감동한 하늘이 안겨준 천금과도 같은 선물이었다고 할까.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70년 12월24일. 미술사학자인 동국대 문명대 교수(현 명예교수)는 언양지역의 원로 한학자 최경환씨와 함께 사찰 유적지를 찾고 있었다.
최씨는 절벽 아래 바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림인지 무엇인지 잘 구별할 수 없는 희미한 모양이 있다"고 일러준다. 이에 문 교수는 마애불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중류의 암벽지대. 그곳에서는 달팽이모양이나 소용돌이 모양의 와권문(渦卷文) 천전리 각석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이 선사시대 암각화는 3년뒤 국보 제147호로 지정된다. 천전리각석은 또 다른 대발견의 전주곡이기도 했다. 문 교수는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대곡천에 깊이 빠져든다. 그리고 꼭 1년 만인 이듬해 12월25일, 드디어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를 극적으로 만난다.
반구대 암각화는 국내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미술 중 세계적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신석기 시대 말부터 청동기 시대 초기에 조성된 사냥미술이자 식량 수집, 번식, 풍요를 기원하는 원시종교미술이었다. 암각화에 새겨진 작품은 무려 300여점. 사람은 물론 호랑이, 고래, 사슴 등이 7,000여년 전의 생활상을 생생히 전해 주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은 고래의 모습.
고래사냥을 형상화한 것은 이게 인류 최초로 알려졌다. 해양문화의 선사고대적 시원이자 모태로 인정되는 이유. 공교롭게도 이 지역은 지금도 울산고래축제가 매년 성황리에 열릴 만큼 고래 문화의 본고장이다.
그뿐 아니다. 암각화 앞쪽의 강바닥과 구릉에서는 다수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기도 했다. 1억년 전인 백악기 중생대의 것으로 보이는 이들 81개 발자국 중 30여개는 암각화에서 고작 9m 떨어진 암반에 새겨져있었다. 이처럼 의미 있는 반구대 암각화였지만 아쉽게도 이후의 유적보존노력은 미흡했다. 특히 울산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연댐 건설(1965년)의 후유증으로 암각화는 물속에 잠겼다 물밖에 드러났다를 반복하며 갈수록 훼손됐다.
암각화가 국보(제285호)로 지정된 때는 1995년. 발견 24년 만이었다. 그 문명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거나 경제적으로 자원화하는데 그만큼 소홀했던 것. 이는 발견 8년 만에 일반 공개돼 국제적 관광명소가 되고 23년 만에 복제물이 생겼던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와 사뭇 대비된다.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를2017년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키 위해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 댐(카이네틱 댐)을 내년 12월까지 완공할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반구대 암각화의 의미를 새롭게 살피고 느껴보는 축제가 열려 눈길을 모은다. 울산시와 울주군, 반구대 포럼은 22일 대곡천 일대에서 ‘반구대 암각화 축제’를 개최한다.
주제는 ‘7,000년 전 선사인과 함께 노래와 춤을, 반구대 문화유산을 국민과 세계 속으로.’ 난타 공연과 시낭송, 창작가요 공연, 선사인 퍼포먼스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반구대를 소재로 한 창작가곡과 연극도 준비되고 있다고.
물론 반구대 축제가 열리는 것은 암각화 발견 후 처음. 개최 취지처럼 반구대 암각화는 물론 대곡천 암각화군이 그 인류 문화사적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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