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저지 주 식당 ‘8월의 이색 서비스’ 이전 앞두고 커뮤니티에 감사 표시로
▶ 놀람과 기쁨, “고맙고 미안”에서 “기회는 이때다”… 천차만별 손님 반응
손님이 남긴 땡큐편지
뉴저지 주 몬트클레어의 두 곳 레스토랑 ‘블루’와 ‘넥스트 도어’의 오너 셰프인 조드 아리파이는 8월 한 달 동안 가격 표시 없는 메뉴를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사면서 돈 내기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얼마나 됩니까?
당신이 가격을 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당신은 무엇을 근거로 가격을 책정할 것입니까?
오랫동안 행동과학자들은 이 같은 질문을 연구해 왔다.
학자들은 흔히 P.W.Y.W.(Pay what you want, 내고 싶은 만큼 내라)의 모델을 사용해 왔다. 이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가장 신나는 판타지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뉴저지 주 몬트클레어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실제로 드러난 현실의 극단적 버전은 연구학자들의 예상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반응은 우려, 기쁨, 믿기 어려운 놀라움, 미안해하는 죄책감, 그리고 몰염치할 만큼 노골적으로 최대한 이용하는 기회주의 등 천차만별이었다.
이 지역 두 곳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인 조드 아리파이는 8월 한 달 동안 손님들에게 가격 표시 없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두 식당에서 원하는 만큼 양껏 시켜 먹으라는 것. 손님이 계산서를 달라고 하면 웨이터가 와서 묻는다. “얼마를 내고 싶으십니까?”
박물관의 ‘희망 기부금 액수’ 같은 가격 안내도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은 손님들로 하여금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즉석에서 기준을 정한 후 웨이터를 다시 한 번 쳐다보고 음식의 가치를 밝히는 과제와 씨름하게 한다.
이 모델을 연구해온 UC 샌디에고의 행동과학 교수 아일렛 니지는 이런 경우 심리적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사람들은 보통 스스로를 “공정하다” 혹은 “관대하다”라고 생각하기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신중한 것이지 “호구는 아니다”라고 봐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이 식당에서 메뉴를 열심히 보고 있던 모건 토러스는 말했다. “난 분명히 너무 많이 낼 것입니다. 저들이 나를 ‘5번 테이블의 저 구두쇠’로 생각하기를 원치 않으니까요”
옆 테이블의 시드 드보르킨은 토러스 같은 양심의 위기는 없는 듯 보였다. 전에 냈던 것처럼 내면 된다는 것. “난 과잉지불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P.W.Y.W.를 기회로 감안할 때 소비자들은 쉽게 자신들의 결정을 합리화한다고 니지교수는 말한다.
바바라 로우와 리처드 카츠는 자신들의 근거로 ‘맛’을 들었다. 맛있게 먹은 5가지 음식들은 하나에 각각 12달러씩 지불했고 맛이 없었던 한 가지에 대해선 8달러만 냈다.
록그룹의 기타리스트 출신인 아리파이(52)가 뉴욕의 교외지역인 이곳에 자신의 첫 레스토랑 ‘블루’를 연 것은 10년 전이었다. 뉴욕타임스에서 ‘탁월하다(execellent)’란 평가를 받은 블루가 성공을 거두자 그는 바로 옆에 ‘넥스트 도어’라는 보다 캐주얼한 식당을 또 오픈했다. 버섯소스로 조리한 ‘블루’의 생선요리 가격은 평소 26달러이며 ‘넥스트 도어’의 미트볼은 14달러였다.
건물 리스가 끝나감에 따라 아리파이는 레스토랑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곧 뉴욕 맨해튼에 새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그는 이곳을 떠나기 전 커뮤니티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8월 한 달 동안 “내고 싶은 만큼 내세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평소엔 ‘블루’와 ‘넥스트 도어’의 음식과 가격이 많이 다르지만 이번 한 달 동안은 같은 음식을 똑같이 서브하고 있는데 그릇도, 실내장식도 한층 고급인 ‘블루’의 손님들이 ‘넥스트 도어’ 손님들보다 음식 한 접시 당 3달러가량을 더 내고 있다.
“대부분 손님들은 이번 서비스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려 하지만 좀 불편한 느낌도 있다”고 미네소타 대학 마케팅 교수로 돈의 심리학에 관해 저술한 캐슬린 보스는 지적한다. “그래서 주문하는 양을 제한하고 공정한 가치를 매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하룻밤에 한 번 정도는 몰염치한 손님들이 들어 닥친다. 얼마 전 5명의 청년들이 25가지의 음식을 시켜 먹은 뒤 15달러의 음식 값과 5달러의 팁을 놓고 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 가족이 8가지 음식을 시켜 먹은 후 몇 장의 1달러자리 지폐를 남겨두고 몰래 빠져나간 경우에 대해 아리파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가난해서이겠지요. 외식이라면 맥도널드를 뜻했던 그들이 맛있는 식사를 하고 간 것입니다”
한 가족은 적은 액수의 돈과 함께 감사 편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음식과 서비스는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는 액수보다 훨씬 훌륭했습니다. 대학생 자녀와 일거리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 엄마인 우리에겐 이번 기회가 아니었더라면 이곳에 올 수가 없었을 겁니다”
주인의 음식과 선의에 고마워하는 한편 식당이 이사 가면 두 식당의 종업원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하는 손님들도 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한 듯 한 손님은 5달러의 음식 값과 50달러의 팁을 테이블 위에 남겨두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손님들이 지불하는 돈은 평소가격의 절반보다 조금 적다. 그러나 이익 측면을 접어둔다면 이번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아리파이는 말한다. “난 인간성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는 그는 20% 정도의 손님들은 음식 한 그릇 당 1달러도 안 되게 치렀지만 “80%는 그러지 않았다”며 만족해했다.
며칠 전 웨이터가 한 부부로부터 음식 값을 받고 있을 때 그 부부의 6살짜리 딸이 물었다. “우리가 먹은 음식 값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내라면서요?”“맞다”는 웨이터의 대답에 소녀는 “난 아이스크림 값을 내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니 자신의 가방에서 캔디를 꺼내 웨이터 손에 쥐어 주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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