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여명의 난민들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버다오르시 길을 따라 도보로 오스트리아 빈을 향해 가고 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독일이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켈레티역에서 독일행 기차를 기다리며 노숙하던 난민 수천명이 4일(현지시간)독일로 가는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에서 나흘 넘게 노숙하던 난민 3,00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날 오후 기차 탑승을 포기하고 걸어서 독일까지 가는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1차 목표인 오스트리아 수도 빈까지 241㎞(약 140마일) 구간의 차도를 따라 걸어가고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진을목에 건 한 난민은 영국 BBC 방송에 “우리는 오스트리아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걷겠다, 그리고 독일로 가겠다”며 “메르켈은 우리의 엄마다”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에서 빈까지 자동차로는 2시간30분 거리지만 걸어서 가려면 50시간이 걸린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이번 난민사태는 유럽과 미국의 잘못된 중동정책에 따른 산물이라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또 타이프 에르도간 이집트 대통령도 서방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난민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자 헝가리 정부는 4일 난민들에게 오스트리아 국경까지 가는 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헝가리 총리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켈레티 역에서 독일 행 기차를 요구하는 수천여명의 난민들에게 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난민들은 운행이 중단된 기차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고 일부는 독일로 걸어서 가겠다며 오스트리아 국경을 향해 행진했다.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난민들이 국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헝가리로부터 오는 난민들을 입국시키기 위한 적절한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는 시리아 난민 수천명을 추가로 받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럽에 들어온 난민이 아니라 시리아 주변국들의 난민캠프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이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난민을 수용하되 독일처럼 이미 유럽에 들어온 난민들에게 문을 열지는 않을 것임을 뜻한다.

영국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불거진 이래 시리아 난민 4,980명에 대해난민지위를 부여했다. 시리아 난민신청의 87%를 승인했다.

그러나 시리아인을 포함해 영국의 난민 신청자는 국가 규모에 비춰보면 보다 매우 낮다.

유엔 난민기구(UNHCR) 2014년도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난민신청자 수에서 영국은 0.5명으로 EU28개국 평균치(1.18명)에 크게 못 미친다. 스웨덴(7.8명), 헝가리(4.1명), 오스트리아(3.3명), 독일(2.1명), 프랑스(0.9명) 등보다 뒤진다.

영국의 추가 난민 인도 발표가 나온 직후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은 4일 유럽연합(EU)의 회원국에 대한 난민 강제할당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4개국 정상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회담을 마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EU의 난민수용 방식은 연대와 자발성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의무적이고 영구적인 쿼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헝가리 및 독일 정부가 동의하면 헝가리로부터 독일로 향하는 난민열차의 통로를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