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령정화”“죽은 영혼과 만남” 등 명목 돈 뜯어내 기소
▶ 가석방위원회 출석 “예언도 타로점도 모두가 거짓” 진술
■ 교도소 드나드는 심령술사들
예언인가 헛소리인가.
거리에 줄지어 늘어선 숫한 점집을 지나치며 뉴요커들과 방문객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해 셀리아 미첼(38)은 이같은 질문에 직접 대답을 해야 했다.
그녀에게 날아온 질문은 간단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심령 비즈니스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 그런 게 정말 있나요, 아니면 모두가 거짓인가요?
”미첼은 짤막하게 답했다. “사기예요.”
“전부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녀의 말은 틀림없을 터였다. 왜냐하면 그녀 자신이 심령술사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초능력의 통로’를 자처하며 그 능력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운 미첼은 사이킥 비즈니스가 “완전한 허구”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뉴욕 주립교도소 가석방위원회의 조기출소 후보 면접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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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턴의 헬스키친 구역인 나인스 애비뉴에 사업장을 차려 놓은 그녀는 지난 2009년 자신을 찾아온 남성 고객에게 “어두운 영이 당신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다”며 ‘심령 정화’ 명목으로 총 15만9,205달러를 요구했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앞세워 거액을 요구한 그녀의 뱃심도 대단하지만 더욱 믿기 힘든 것은 남성이 반응이었다.
그는 미첼이 요구한 1만1,450달러짜리 롤렉스시계와 상당수의 양초를 두 말 없이 사주었을 뿐 아니라 거액의 현금까지 순순히 갖다 바쳤다.
미첼은 중절도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후 교도소로 보내졌다.
지난해 3월4일 그녀는 가석방위원회에 출두, 비슷한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다른 사이킥들과 함께 조기 출소를 위한 면접심사를 받았다.
가석방을 신청하는 사이킥들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절도죄나 사기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영매’ 인구가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다.
가석방위원회에 출두한 심령술사들 가운데 한 명인 실비아 미첼(41)은 그린위치 빌리지에서 영업을 하다 2013년 중절도죄로 기소돼 단기 5년, 장기 1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실비아는 2017년 가석방 심사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타임스퀘어에 점방을 소유한 프리실라 켈리 델마로(26)는 상사병을 앓는 남성으로부터 총 71만3,975달러를 받아 챙겼다가 쇠고랑을 찼다.
올 여름 브루클린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에게 사별한 연인의 영혼과 만나게 해주겠다며 거액을 뜯어낸 프리실라는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뤄진 가석방 심사기록의 일부를 검토한 결과 영매방(psychic parlor)에 드리워진 주렴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들의 고백을 듣는다면 미래를 훔쳐보기 위해 20~50달러를 지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06년 가석방 심사를 받는 자리에서 또 다른 심령술사인 실비아 미첼(당시 40세)는 “후회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도대체 그때 왜 그랬는지 나도 설명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정신이 썩은 상태였다”는 그녀는 “내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첼시에 거주하는 실비아 미첼은 그린위치에서 영업을 하던 셀리아 미첼과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다.
실비아의 죄목은 사기나 중절도가 아니라 살인이다. 그녀는 1993년 당시 85세였던 남편의 돈을 차지하기 위해 진정제인 바르비투르를 과다복용시켜 숨지게 했다. 둘은 사건이 터지기 몇 달 전에 결혼했다.
실비아는 “나는 학교에조차 보내지 않는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며 “무학인 탓에 점치는 것 말고는 달리 벌어먹고 살 길이 없다. 출소하면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점을 칠 작정이다”고 말했다.
중절도로 기소된 또 다른 심령술사인 베티 블라도(46)는 자신이 집시라고 밝혔다. 그녀는 타로카드 점을 시작으로 심령술사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소개했다.
2014년 가석방 심사에서 “타로점이 무용한가?”를 묻는 한 심사위원의 질문에 그녀는 “거의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예언이라는 게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는 뜻이냐”는 후속 질문에도 베티는 “네”라고 시인했다.
맨해턴의 어퍼 이스트사이드에서 타로카드 점방을 운영했던 그녀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자신의 문제를 주절주절 털어놓기 때문에 그걸 최대한 활용했다”고 털어놓았다.
베티는 길거리에서 주운 돌멩이를 행운의 운석으로 둔갑시켜 1만4,500달러에 팔아치우는 등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총 5만5,000달러를 사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내게 미래를 읽는 능력 따위는 없다”고 실토했다.
심령술사를 상대로 장난기 섞인 짓궂은 질문을 던진 심사위원들도 더러 있었다.
심사위원인 조셉 크랜지는 블라도에게 “내가 가석방을 허락할지 안할지 내 생각을 읽어보라”고 주문했다.
그녀가 “가석방을 허용해 주기 바란다”고 비껴가자 다른 심사위원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며 그의 생각을 읽어보라고 거듭 강요했다.
블라도는 “네겐 그럴 능력이 없다”며 “다시는 타로점을 치지 않을 것이고 손금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가출옥 허락을 받았다.
나인스 애비뉴에서 활동하던 세리아 미첼은 영업실적과 관련, “어떤 날은 5~6명의 손님이 들어오지만 며칠간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도 많다”며 “벌이가 좋을 때는 하루 500달러를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첼은 자신의 점술에 대해 “손님들이 무의식중에 털어놓는 얘기나 행동거지를 근거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낸다”며 “모든 게 사기다. 앞으로 집시 점술사들이 고객들의 돈을 뜯어내는 방법을 책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석방되면 점을 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미첼은 중절도로 복역 중이던 2007년에도 같은 약속을 하고 조기 출소한 바 있다.
“지난번 우리는 당신의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지 못했다”는 한 심사위원의 말에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런 것 같다”고 동의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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