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산업’에는 불황이 없는 것 같다. 경기가 좋을 때는 물론이고 경기가 나빠지면 오히려 더 호황을 누린다. 불륜이 얼마나 거대한 산업으로 컸는지 불륜사이트 애쉴리 매디슨의 해킹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라와 문화권은 달라도 현상은 비슷하다. 심지어 도덕주의자와 그렇지 못한 보통 사람들 사이에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애쉴리 매디슨 회원들 가운데는 근엄한 얼굴을 한 엄숙주의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미 수백명의 목사들이 애쉴리 매디슨 회원임이 들통 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애쉴리 매디슨 창립자는 “기도를 매주 일요일에 하든, 매주 토요일 하든, 하루에 세 번 하든 차이가 없다”며 종교는 불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이 자신의 사업을 합리화 하려는 궤변으로 들리긴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만은 아니다. 이미 들통 난 결코 적지 않은 성직자의 숫자도 그렇지만 ‘바람기’를 인간의 본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진화심리학의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많은 행동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좀 더 많이 남기려는 진화적 목적에 따라 행해진다고 본다. ‘바람기’도 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직접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더라도 남의 불륜 뉴스에 다른 이야기들보다 더 호기심을 갖고 귀를 쫑긋 세우는 데서도 유전적 흔적이 드러난다.
본능에만 충실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도덕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본능은 억누를수록 더욱 고개를 쳐드는 경향이 있다. 2년 전 사망한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웨그너는 “생각을 억누를수록 오히려 그 생각이 더 난다”는, 이른바 ‘사고 억압’(thought suppression) 이론을 내놓았다. 본능도 생각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근엄함과 엄숙함을 유지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다. 이들에게도 꿈틀대는 본능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고뇌는 종종 일탈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과 비판으로 표출된다. 애쉴리 매디슨의 부도덕성을 소리 높여 지탄했던 유명 목사이자 신학자인 한 인사가 이 사이트 회원임이 밝혀지면서 개망신 당한 것이 바로 그런 사례다.
장자는 이런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던 철학자였다. 그는 재가를 위해서 죽은 남편의 묘지 뗏장을 말리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줬다. 아내는 눈을 치켜뜨고 그 여인의 욕정을 비난했다. 그 때 장자는 자기 아내의 정절이 흔들리고 있음을 읽었다.
근엄함이 안겨주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인턴과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어처구니없는 스캔들을 일으켰던 빌 클린턴은 치료 프로그램 과정에서 이렇게 털어 놓은 적이 있다. “내가 지쳤고 화나고 외롭고 혼자라고 느꼈을 때 더욱 이기적이 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자기 파괴적’인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 높은 도덕적 기대와 시선 속에 살아야 하는 삶이 안겨주는 스트레스는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물론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행위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이 말했듯 자기 파괴적인 실수를 저질렀으면 응당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약한 존재다. ‘사고 억압’을 규명해 낸 다니엘 웨그너는 2006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또 다른 논문에서 “사람들이 충동을 갖는 것은 완벽하게 정상이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인 행동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예수는 간음한 여인을 죽이라고 소리치는 군중을 향해 “죄 없는 자가 돌을 들어 치라”고 일갈했다. 예수는 약하면서 동시에 이중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본 것이다. 만약 다른 이의 도덕적 일탈을 ‘혹독하게’ 정죄하고 나선다면 그것은 같은 욕망이 ‘근엄한’ 당신 안에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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