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킹 마더’ 매거진 선정 ‘가족친화형 100대 기업’에선 저녁식사 포장·세탁 서비스에 유모동반 출장까지 제공
▶ 나머지는 유급 출산휴가커녕 시간 선택제도 그림의 떡
시애틀에 거주하는 로렌 에델마이어가 남편과 함께 생후 3개월짜리 딸을 돌보고 있다. 최근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최대 20주까지 허용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다니는 그는 “난 정말 운이 좋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가족친화형 100대 기업’ 명단 상위권에 랭크된 회계법인 ‘언스트 & 영’에서 6주간의 아버지 출산휴가를 받은 포틀랜드 거주 토드 베드릭이 딸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수의 운 좋은 부모들에겐 일과 가족의 균형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지고 있다. 회사가 넉넉한 유급휴가와 유모까지 딸려 보내는 자녀동반 출장에 시간 선택제 근무, 자녀와 노부모 돌보는 서비스, 직장 내 미용실에 낮잠 자는 방까지 다양한 ‘베니핏’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미국의 근로자들에겐 일과 가족을 유지하는 삶의 곡예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번 주 ‘워킹 마더’ 매거진이 해마다 선정하는 가족친화형 100대 기업의 금년 명단을 발표했다. 벌써 30년 계속되어온 명단 발표인데 어린 자녀나 노부모등 부양해야할 고령의 친척을 가진 종업원에 대한 지원, 여성 인력향상 프로, 근무시간 선택제 등 베니핏 시행 정도를 근거로 선정한 것이다.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베니핏의 내용은 나머지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한숨을 내쉬게 할 만하다. 그러나 그림의 떡이다.
‘존슨 & 존슨’과 함께 30년째 줄곧 명단에 오른 IBM은 모든 일하는 부모들의 선망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모든 직원들에겐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지고 있으며 모든 부모들은 유급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고 회사가 불임치료 비용을 감당해주는가 하면 자녀의 차일드케어 지원과 함께 출장 간 엄마의 모유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100대 기업의 전형적 회사인 IBM은 요즘 경쟁적으로 가족 친화적 베니핏을 확대하고 있는 엘리트 기업들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같은 명단 발표와 그 혜택 내용의 공개는 이런 기업들과 나머지 대부분의 직장들의 차이가 얼마나 큰 가를 다시 한 번 조명해주고 있다.
‘워킹 마더’ 명단에 오른 모든 기업들은 유급 출산휴가를 제공한다. 이에 비해 전체 미국 회사 중 유급 출산휴가를 주는 곳은 21%에 불과하다. 매년 서베이를 실시하는 전문기관 ‘인적자원 관리사회’의 통계다. 유급 아버지 출산휴가의 경우 100대 기업 중에선 90%가 주고 있지만 전체에선 17%만이 허용하고 있다.
100대 기업의 100%가 시행하는 재택근무를 전체에선 60%만이 시행하고 있으며 노부모 케어를 위한 서비스는 100대 기업 중 99%가, 전체에선 6%만이 제공하고 있다. 또 100대 기업 중에서 64%가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48%가 가족의 저녁식사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해주며, 38%가 낮잠을 잘 수 있는 방을, 23%가 머리를 자를 수 있는 미용실을 직장 내에 마련해주고 있는데 비해 전체 미국 직장 중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정말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고 ‘워킹 마더’의 편집장 제니퍼 오웬스는 말한다. “우리 직장의 구조이라는 것이 다른 데 시간 쓸 일 없는 완벽한 모델 종업원에 맞게 만들어져 있지요. 그러나 우리 모두는 일하는 한편으로 동시에 가족을 돌보아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30년 전 ‘워킹 마더’가 100대 기업 명단을 처음 발표하기 시작했을 때엔 그중 5개 회사만이 1~8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허용하고 있었으며 유급으로 아버지 출산휴가나 자녀입양 시 부모 휴가 제도를 가진 회사는 아예 없었다. 지금은 100대 기업 전부가 이 3가지 유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여성의 취업이 급증하고,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가족 친화적 베니핏 제공의 필요성을 느끼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베니핏들이 능력 있는 인재 스카웃에 효과적인 인센티브로 정착했는데 특히 젊은 직장인들과 고학력 여성들의 가족 친화적 베니핏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자유로운 근무시간 선택제나 가족 친화적 베니핏을 제공하는 회사의 숫자가 지난 5년간 증가세를 멈춘 채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인적자원 관리사회’는 지적한다. 인력 수요가 늘었는데도 그렇다.
소득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 하위 25%의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5%만이 유급 출산휴가를 받는데 비해 상위 25%의 고소득층에선 21%가 유급 출사휴가를 받고 있다. 연방 노동부 통계다.
“상위 소득층 여성들의 여건은 하위 소득층의 여성들의 여건과는 점점 더 차이를 벌려가며 좋아지고 있다”고 리서치회사 ‘뉴 아메리카’의 앤-마리 슬로터 회장은 지적한다. 다음 주에 출간될 책 ‘미완의 사업: 여성 남성 일 가족’의 작가인 그는 “실질적인 입법화, 정책, 정치적 행동 없이 한 회사의 한 여성 직원에 대한 배려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베니핏이 좋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이 ‘평등’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워킹 마더’ 100대 기업 명단에 오른 회사에서도 여성들은, 숫자상으로는 전체의 절반을 달하지만, 시니어 매니저급엔 34%만이, 최고위 임원직엔 11%만이 올라가 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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