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대신 비가 온다. 김종서의 겨울비가 생각나는 아침. 이 비 그치면 진짜 겨울의 시작이다. 월동 준비가 안 된, 가족 딸린 아버지의 겨울은 그래서 길고 또 슬프다.
흥부의 겨울이 그렇다.그래도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하지 않았나? 놀부가 흥부에게 집 한 채를 내줬다. 원래 한 달에 3,000달러의 렌트를 받아왔던 집이다. 추위에 떠는 흥부가족을 거기서 무료로 살게 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놀부는 교회에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실제로 렌트를 받지 않았더라도, 시세만큼의 소득보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단다. 그렇다고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다시 내쫒을 수도 없는 노릇. 놀부는 받지도 않은 임대소득을 보고해야하는 것일까?
오늘은 가족 사이의 free-rent와 관련된 질문들을 해볼 테니 스스로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소득세는 앞에서 물어봤고, 증여세도 긴가민가한 부분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놀부가 포기한 임대수입(foregone rent)은 일종의 증여로 볼 수가 있다(공부를 더 하고 싶은 사람은 1984년의 Dickman 대법원 판례 케이스를 참고하기 바란다). 증여세는 증여를 한 사람이 내는 세금이다. 그렇다면 증여세는 놀부의 책임이다. 그 집이 부부 공동소유니까, 1년에 5만6,000달러까지는 보고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시세 월 4,600달러(= 5만6,000 ÷ 12개월)까지는 놀부가 증여세 보고(Form 709)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일까?
이번에는 비용 공제 쪽으로 가보자. 이익을 창출하는 부동산(investment)에서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 부동산(personal)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비용공제는 계속 가능한 것일까? 재산세와 모기지 이자의 공제는 당연할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이외의 다른 비용들은? 임대용 부동산에서는 공제가 가능했던 감가상각비, 수선비, 전기요금과 같은 비용들을 더 이상 공제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비용들까지도 공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놀부의 생각은 기부금에까지 미쳤다. 교회나 사찰에 내는 헌금은 기부금 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비록 동생이지만, 이렇게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것도 기부금이 아닐까? 월세를 받아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것과, 처음부터 불우이웃에게 공짜 렌트를 살게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래서 시세에 해당하는 3만6,000달러의 기부금 공제를 신청하면 - IRS에 걸릴까?
회계사 뺨치는 실력의 놀부는 또 이런 생각도 해봤다. 공짜 렌트는 결국 계산상으로는 손실을 보는 것과 같으니, 다른 근로소득(W-2)과 상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 2만5,000달러 임대손실 상계규정을 생각해낸 것 같다. 그렇게만 된다면 겉으로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좋은 형님이라는 칭송을 받고, 속으로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이 얼마나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닌가?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내 집에서 살고 있는 25명의 자식이 딸린 흥부 가족을 전부 부양가족으로 올려서 소득공제(personal exemption)를 받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올 때 까지는)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안 되는 흥부 가족들의 의식주를 대신 해결해주니까 부양가족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성경 말씀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어디 그런가? 한국에서 세법을 바꿨더니 기부금이 2조원 줄었다고 한다. 나눔과 기부의 계절이 왔다. 기부를 꼭 돈으로만 따질 일도 아니지만, 기부도 세금전략의 한 축이다. 기부도 스마트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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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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