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들 가운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대표적 인물이 닉슨이다. 닉슨은 외교에서의 상당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 때문에 부도덕했던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는 퇴임 후 한 주변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에 반응한다. 주일학교에서는이렇게 가르치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사실이다.” 닉슨은 자신이 추구했던정치적 책략의 핵심을 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공포는 정치인들에게 대단히 유혹적인 도구다. 대중을 끊임없이 공포에 노출시키면 시킬수록 이들을 쉽게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매체들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공포 심어주기는 한층 더 매력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9.11 테러 후미국인들의 공포반응과, 부시 행정부가 자신들의 권력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를 어떻게 악용했는가를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공포반응은 즉각적이다.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어떤 공포상황이조성되면 이를 실제보다 크게 받아들인다. 진화과정에서 이런 성향은주위의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우리 조상들을 보호해 주었다. 하지만 조금만 물러서서 생각하고 바라본다면이런 공포에 근거가 별로 없음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다. 그럼에도 공포와 관련해서는 이성이 들어설 자리가 별로 없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최악의 테러사건들은 정치적 입지와 이익에만골몰하는 정치인들에게 더할 수 없는 호재가 되고 있다. 이들은 테러공포에 떠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진정시키기보다 이를 부채질하고부추기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그럴수록 자신들의 지지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극우적인 막말과 돌출행동으로저학력 백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테러사건 발생 후 그의 입에서는 이성과는 동떨어진 극단적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지난 10월 22%였던 공화당 성향유권자들의 그에 대한 지지율은 이번 주 40%까지 껑충 뛰어 올랐다.
다른 공화당 주자들도 이에 질세라반 이슬람 정서를 경쟁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공포의 정치가 제철을만난 듯하다.
이럴 때 일수록 민주주의의 주체인 국민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할 줄아는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이 선동하고 공포를 주입시키려는정치세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임상심리학자인 리처드 프리드먼은“치료를 하다보면 공포의 사이클에사로잡혀 있는 환자들을 보게 되는데 지금 미국은 국가적 차원에서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의 이런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공포를 없애려면 정확한 사실을 깨우쳐 주는 인지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테러공포가만연해 있는 지금 이런 역할을 해야할 사람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래서 프리드먼은 오바마 대통령을‘ 최고 책임을 지닌 치료사’ (therapist inchief)라고 지칭한다. 그런데도 치료에힘써야 할 일부 정치인들은 오히려병균을 퍼뜨리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수 없다.
닉슨에 맞서 1968년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왔던 에드 머스키 연방 상원의원은 TV연설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현명한 선택을 당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에는딱 두 가지 종류밖에 없다. 그것은 급진적이냐 반동적이냐,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 심지어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의 차원이 아니다. 정치의 종류에는 공포의 정치와 신뢰의 정치 두가지가 있을 뿐이다.”머스키의 지적처럼 유권자들은‘공포의 정치’와 ‘신뢰의 정치’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난달파리테러 공포에 편승해 지방선거 예선에서 약진했던 프랑스 극우정당이13일 실시된 결선에서는 단 한 석도건지지 못하고 완패했다. 아직은 이성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는 작은 희망으로 읽고 싶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시위참가 국민들을 IS에 비유하는 정치는 ‘공포의정치’일까 아니면 ‘신뢰의 정치’일까.
어떤 답을 할지는 여러분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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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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