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 관심 때문에 미국에서 어떤 책들이 잘 팔리나 자주 살펴보는 편인데 지난해 논픽션 부분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지킨 책이 있어 호기심에 구입해 읽어봤다. 정리정돈 컨설팅 전문가인 일본인 콘도 마리에가 쓴 책을 번역한 ‘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인생을 바꾸는 정리의 마법)이다.
저자가 반복해 강조하는 집안정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기쁨을 촉발시키지 않는 물건들은 미련을 갖지 말고 과감히 버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콘도는 집안의 정리 상태를 단순히 물리적 모습이 아닌 심리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한다. 집안이 엉망진창이면 그만큼 마음 또한 흐트러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잡동사니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을 따 ‘콘마리 기법’이라 이름 붙인 정리의 요령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대단히 새롭거나 별달리 특별한 내용이 없음에도 이 책은 지난해 미국에서 장기 베스트셀러가 됐을 뿐 아니라 수십개국에서 번역 출판됐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고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을 쌓아두기만 할 뿐 전혀 버리지 못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증세가 심해지면 병적 증상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른바 ‘저장강박증’이다. 저장강박증에 걸리면 아주 사소한 물건 하나를 버리는 데도 애를 먹고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된다. 집안이 잡동사니로 쌓이고 엉망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콘도의 진단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고요와 평화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온갖 잡동사니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것만을 ‘저장강박증’이라 여긴다. 그러나 한 정신과 전문의는 고가의 명품에 집착해 이것들을 계속 사들이면서 쌓아두는 것 역시 저장강박증에 해당하고, 우리가 흔히 ‘컬렉터’라고 고상하게 표현하는 취미도 넓은 의미에서는 저장강박증이라고 꼬집는다. 그렇게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장강박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해 들어 더 단순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단순한 삶을 위한 첫 걸음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것은 가지고 있던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물건 버리기는 물론이고 인간관계를 줄이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정서적인 기억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과감하지 않으면 삶에서 군더더기를 떼어내고 삶을 단순화시키기 힘든 것이다.
일단 잘 버렸다면 그 후에는 잘 쌓는 것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물건이나 인간관계를 다시 쌓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소유와 재능, 시간 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자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덕을 쌓고 보람을 쌓아갈 수 있다.
명심보감에 보면 “성인은 덕을 쌓되 재물은 쌓지 않으니, 도리를 지키면 몸이 편안하고 이익에 집착하면 재앙을 부른다”는 구절이 있다. 쌓아야 할 것은 재물이 아니라 덕이라는 ‘적덕’(積德)의 가르침은 바로 비움과 쌓음의 지혜를 이르고 있다. 이런 쌓음은 물건저장과 달리 아무리 계속해도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허무하지 않다.
이런데 깊숙이 빠지게 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저장강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버릴 뿐 아니라 잘 쌓아가야 비로소 삶의 균형이 이뤄진다. 다른 이들과 무언가를 나눌 때 행복감과 기쁨이 커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이다.
물건을 버리는 것 역시 그렇다. 콘도는 잡동사니들을 모두 치우고 집안을 말끔히 정리하면 폭포 밑에서 참선을 할 때 느끼게 되는 희열과 비슷한 감정을 맛보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쓸데없는 것들은 미련 없이 버리고 그 자리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쌓는 것은 삶의 기쁨을 두 배로 만드는 공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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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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