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가 왔다가 끊기고 잠시 후 문자 메시지가 왔다. 건강검진 결과 이상소견이 발견돼 전화를 급히 해달라는 연락이었다. 5년 전 친한 친구가 같은 검진센터에서 갑상선 암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내게도 일이 생긴 걸까 불안해졌다.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인지 물었다. 검진센터 검진 결과 자궁의 암 의심소견이라며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정밀검진을 받아보라고 했다. 어디까지나 의심소견이라며 다시 당부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전화를 끊고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오고 멍하니 앉았다.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병원부터 알아보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힘이 빠져서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야 나 없이도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아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생각은 점점 나 없이 아이가 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죽음은 무섭지 않았지만 혼자 남겨질 아이가 자꾸 신경 쓰였다. 어느새 저녁 밥 짓는 것부터 아이한테 가르치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이러다 상상으로 내 죽음에 대한 소설책 한권은 쓰겠다고 생각하면서 웃었다.
병원은 한 주 뒤에나 예약이 가능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검진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별일 없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별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지 검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았다. 소중한 사람들, 특히 내 아이가 나 없이도 잘 생활해주길 바란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기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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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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