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과학재단·중력파관측소 개가
▶ 13억년 전 블랙홀 충돌과정서 발생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과학자들이 확인했다.
미국 과학재단(NSF)과 고급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 연구팀은 11일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믿어지는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측정방식으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이 이뤄진 것은 인류 과학 역사상 처음이다.
아인슈타인이 꼭 100년 전인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바를 관측으로 입증한 이 발견은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데 큰 구멍을 메워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학발견 중 하나로 꼽힐 전망이다. 아인슈타인 이론의 마지막 과제를 푼 것으로 블랙홀·초신성·빅뱅 등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라이고 연구팀의 책임자는 “지난해 9월14일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중력파를 탐지하기 시작한 이후 실험결과를 수차례 체크했다”며 “이는 400년 전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한 것에 비견할 수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있는 물체는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시공간이 일렁이면서 중력파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력파는 ‘시공간의 잔물결’로 불린다. 중력파는 138억년 전 우주 대폭발(빅뱅)로 시공간이 흔들린 흔적이기도 한 만큼 중력파가 발견되면서 우주 탄생의 비밀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데이빗 라이츠(David reitze) 미국 라이고(LIGO) 실험책임자(칼텍 교수)는 “측정한 중력파는 양성자보다 작은 크기”라며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데 이제 머리카락 하나의 차이도 잴 수 있다”며 이번 중력파 탐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에 중력파를 검출한 시설은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톤에 각각 위치한 길이 4㎞에 이르는 ‘L’자형 진공터널인 ‘라이고’(LIGO)다. 라이고는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중력파가 지나가면서 만든 공간의 길이 변화를 측정해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이번에 확인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광년(오차범위 7억5,019억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전파되므로 이 사건은 13억년 전에 발생한 것이다. 이 중력파는 두 블랙홀이 중력파를 내면서 점차 접근해 충돌하기 직전 약 0.15초간 방출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빛 속도의 절반에 가까운 고속으로 충돌한 두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2배인 하나의 블랙홀로 변했고 이 과정에서 태양의 3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질량이 중력파 에너지로 빠져나가 소멸했다. 또 가장 강도가 높았을 때 중력파로 방출되는 시간당 에너지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빛을 모두 합한 것의 50배에 이르렀다.
이번 라이고팀의 연구는 최초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한 사례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최초로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계의 존재를 확인하고 블랙홀의 충돌과 합병과정이라는 극적 현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라이고 연구팀은 1차 관측을 시작한 지난해 9월12일부터 약 16일간 가동기간에 수집한 데이터로 이를 발견했다.
연구팀이 중력파를 검출한 시간은 지난해 9월14일 미국 동부 일광시간(EDT) 오전 5시51분, 국제 표준시로는 오전 9시51분이었다.
이번 발견은 ▲최초의 중력파 직접 검출 ▲최초의 블랙홀 쌍성 관측 ▲중력파를 이용한 천체 탐구의 시작 등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물리학계의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릴 예정이며 기자회견과 동시에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연구에 참여한 칼텍의 킵 손 명예교수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은 경력도 있다.
이들은 이번 연구가 과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면 올해 가을 발표될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조지프 테일러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러셀 헐스 달라스 텍사스대(UT 달라스) 교수에 의해 이뤄졌으며 이 두 사람은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