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서 내려온 샤막(얇고 투명한 막)이 무대 위의 정준일(33)을 가렸고, 그 위로 영상이 쏟아졌다. 말 그대로 쏟아졌다. 지난 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연기로 가득한 것 같은 영상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노래하는 정준일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밤'을 부르며 춤이라고는 차마 말하기 힘든 몸짓으로 아주 잠깐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던 순간이다. 지난 1월 발매한 앨범 '언더워터(UNDERWATER)'의 수록곡 뮤직비디오 영상과 전주가 나오기 시작하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유스리스(USELES)' '플라스틱(PLASTIC)' '이안(IAN)'까지 숨소리도 내기 어려운 몰입의 순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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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역시 깔끔했다. “여러분을 일으켜 세우거나 호응을 유도하는 일은 다음 생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만큼 흔히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스탠드 업'이나 ‘환호'도 찾기 힘들었다. 무대 위의 정준일을 비추는 조명과 24명의 오케스트라 연주자와 함께 하는 압도적인 사운드에 현장에 모인 1,000여 명의 청중은 음악 자체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다.
방송이나 라디오 등 매체 활동을 하지 않는 탓에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말을 길게 할 수 있는 시간이 공연 밖에 없음에도 노래에 이렇다, 저렇다 구구절절 해석을 덧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것은 자신이 쓴 노래에 공간을 내어 주는 정준일의 배려다.”
“항상 공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노래를 통해 여러분에게 뭘 어떻게 해 드리는 건, 별로 바라지 않거든요. 항상 공간을 비워두고 여러분의 생각과 이야기가 그 노래에 들어가고 나올 때, 제 노래가 아닌 여러분의 노래로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사와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셔서 제 노래가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이야기처럼 들렸으면 좋겠네요." 이날 정준일은 처음 라이브 무대를 공개한 새 앨범 수록곡뿐 아니라 ‘너에게' ‘아니야' ‘난 좋아' ‘새겨울' ‘사랑하고 있나요' ‘좋은 사람' ‘고요'에 이어 “이제는 여러분의 곡이 된" 히트곡 ‘안아줘' 등을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으로 선보였다.
“사실 저는 이번 공연을 통해 가져가는 개런티가 없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굳이 와 주시는 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제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노출이 많아야 음악을 알릴 수 있다고 많이들 얘기하지만, 저는 제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그 증거가 여기 계신 여러분인 것 같아서 되게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 이거 아니면 뭘 했을까 싶다. 그러니까 말재주가 없다는 얘기를 길게 하고 있는 거다"고 한 정준일은 언젠가 멘트 없이 노래만 20여곡 연달아 부르는 공연을 약속했다.
“멘트 없이 처절한 발라드의 향연으로 달리는 공연을 할 때도,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또 집에 숨어서 좋은 음악과 이야기 많이 만들어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짠' 하고 나타날게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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