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어느 누구도 그 앞길을 예측할 수 없어 운명적이라고도 하고, 신의 섭리라고 말한다. 나는 1983년 이민 정착의 터전을 샌디에고 북부 폴부룩(Fallbrook)에 잡았다.
이곳은 그 당시 백인 우월주의가 극히 심한 곳이었다. 이곳에 장미 농장(Eden Rose)을 차리고 정착하여 후에 한국 농장으로 바꿨다.
나와 아내는 숱한 고생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남들이 별로하지 않는 한국 농장을 개척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농장에서 남쪽으로 달리면 샌디에고가 나오는데 샌디에고는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세계 5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기후와 삶의 환경이 뛰어난 곳이다.
내 농장에서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면 테메큘라를 지나면서 프리웨이가 쌍갈래로 갈라지는데, 좌측을 택해 15번 프리웨이를 달리면 LA가 나오고, 우측을 택해 215번 프리웨이를 달리면 팜스프링이나 리버사이드를 지나 라스베가스에 달하게 된다.
LA는 태평양 연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부 관문으로 통한다. 더구나 우리 한인들이 타운을 형성하고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정열을 쏟으신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면 일하는 소리가 들리고, 생존경쟁의 아우성 소리가 들리고, 땀 흘려 수고하는 근검노작의 피리소리와 불철주야 생필품을 생산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미주에 처음 이민을 와서 다운타운 부근에서 그로서리 마켓을 경영하며 이민정착의 기초를 세웠다. 그러나 215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북쪽으로 향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인간의 역사는 태초부터 유혹과 범죄의 갈등 속에서 탄생했다. 라스베가스는 도박과 환락의 도시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오락과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가산을 탕진하고 패가망신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유혹은 흥미를 낳고, 흥미는 만용을 부르고, 만용은 방탕을 동반하기 때문에 여기에 몰입되면 인간은 진흙탕 속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내가 이곳에 정착하고 장미원을 시작할 때 뒷산 아보카도 나무 밑에서 담요도 없이 밤을 지새우던 멕시칸 젊은이를 데려다 함께 농장을 개척했다. 30여년이 지나니 그들 머리에도 서리가 내리고 어언 60을 넘어 노년의 티가 흐른다. 격세지감의 세월이다.
중국의 지성 임어당은 “많은 교양 있는 사람들은 부유함의 유혹을 물리칠 수가 있다. 그러나 명성의 유혹을 물리친다는 것은 극히 위대한 인물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돈과 여자와 권력의 유혹을 물리치기가 가장 힘들다. 부와 사랑과 권력은 인간 욕망추구의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이 메마르고 무의미해지면 스트레스가 생겨 병이 나기 쉽고 엉뚱한 짓을 하기 쉽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어른들의 놀이터로 도박장 개설을 허락한 것이다. 그러나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 모은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말년을 불행하게 지내는 일은 삼가야한다. 더구나 한심한 일은 한창 일할 젊은 나이에 도박장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모습들이다.
박정희 정권시절 유신을 선포하고 정권을 4년 더 연장하겠다고 하였을 때 함석헌 옹은 “지금 제일 앞에 나간다고 재지마라. ‘뒤로 돌아 갓’하면 너는 꼴찌다”라고 일갈한 일이 있다. 만약 이때 과도한 정권욕을 버리고 자리를 물려주었더라면 엄청난 비극을 피하고 현군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자신 앞에 다가온 기회를 잃으면 평생을 후회하게 된다.
우리 삶 앞에는 항상 갈림길이 있다. 그 때 이 길이냐, 저 길이냐를 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직업, 학문, 친구, 모두가 그렇다. 이 선택이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주어진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모두에게 현명한 선택의 결정이 필요하다.
모두들 소생의 봄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길을 택해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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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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