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 의미 놓고
▶ 일본 측 참상 부각, 미·한국 사과 경계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각국 정상들이 26일 첫 날 회동에 앞서 이세신궁을 방문, 경내를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수상, 도널트 투스크 유럽의회 의장, 데이빗 카메론 영국 총리.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은 말 그대로 '역사적'이었다.
1945년 8월6일 인류 역사상 처음, 최강 위력의 대량 살상무기인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지 71년만에, 원폭을 투하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피폭지를 방문하는 만큼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지난 70년간 숱하게 일본을 방문해온 미국 대통령들이 한 번도 히로시마를 찾지 않은 것은 원폭투하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각국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엇갈렸기 때문이었다.
히로시마의 피폭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본 측은 '노 모어(no more) 히로시마, 노 모어 나가사키'(핵무기를 없애 제2의 히로시마, 나가사키가 나오지 않게 하자는 의미)를 외치며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원폭의 참상을 직접 보라고 호소해 왔다.
반면 미국에서는 핵무기로 전쟁을 조기 종결함으로써 미군 병사들의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핵무기 사용이 옳았다고 보는 이들이 많기에 백악관은 히로시마 행이 '사죄 외교'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로부터 9일 후 광복을 맞이한 한국민의 의식 속에서는 히로시마 원폭을 인도적 시각보다는 '정의'의 관점에서 보는 견해가 다수다.
오바마가 2009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외친 공로로 그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음에도 히로시마를 찾기까지 그로부터 7년이 걸린 것은 이 같은 간극을 뛰어 넘기가 수월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오바마는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의 임기 마지막 해에 히로시마 행을 결단한 만큼 그의 행보에는 빛과 그림자가 병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최강대국 정상이 역시 유일한 전쟁 피폭국의 피폭지를 찾아가 핵무기의 참상을 접하고, 반전·반핵 메시지를 낸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핵무기 반대 노력에 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오바마가 자신의 어젠다인 '핵무기 없는 세계'와 관련한 '유산'을 만들기 위해 방문을 결정한 것이라 치더라도 그 역사적 의미마저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국제적 통제 밖에서 맹렬하게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에 맞설 국제사회의 의지를 새롭게 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
반면, 2차 대전을 일으킴으로써 수천만명의 아시아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일본의 가해 사실은 화려한 외교 이벤트 속에 가려지고 일본의 원폭 피해에 포커스가 맞춰짐으로써 일본에 상징적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8.15에 전후 70년 담화를 통해 역사인식 논쟁을 매듭지으려 했지만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고, 그것은 한일, 중일 간 화해를 위해 극복해야 할 현안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베와 동행한 오바마의 히로시마 행은 미일 간의 '완전한 화해'를 71년만에 선포하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수 있지만 동북아 3국 간의 청산되지 않은 역사인식 갈등은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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