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칼럼 ‘아들아,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가 나간 후 많은 분들이 따뜻한 격려와 ‘잘 견디었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내가 한국일보에 칼럼을 쓴 지난 3년 동안 가장 많은 분들의 반응과 격려를 받은 듯하다. 지인 한 분이 그런다. “인터넷에 보면 글 잘 쓰는 사람들 참 많지. 그런데 모니카 글은 누구나 겪는 일상의 고민과 갈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남의 얘기 같지 않고 내 이야기 같다니까.” 글 한 편이 시공간을 초월한 공감대와 연결감을 만든다니 참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움직이는 공감을 자아내는 걸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그런 공감으로 인한 연결감이 있다면 지금의 관계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외로움과 고립감도 덜 할 텐데… 한참을 생각하니 ‘아! 그건 내가 나의 부족함과 약함을 용기 내어 드러냈기 때문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낼 때 상대는 비판받고 공격받을 것 같은 두려움과 상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재를 해제하게 된다. 바로 그 자리에 공감과 연결감이 싹트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의 드러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상처받을 용기다. 다른 사람의 어려운 문제를 듣고 상담해주는 상담사가 스스로의 문제 앞에서 혼란함과 갈등을 겪고 때론 흔들린다는 말을 지면에 꺼내놓는 것은 혹시 누군가 던질 비난과 판단에도 꿋꿋이 자신을 지켜낼 내면의 힘이 없이는 힘들다.
상담소를 찾은 내담자들 역시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상처와 약함을 내어놓을 용기, 그리고 대면할 힘과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상담사가 할일은 그들이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드러낼 수 있는 최대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판단 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 안에서 치유가 일어난다. 이것을 영어로 ‘vulnerability’라고 하는데 한국말의 ‘상처 받기 쉬움’ 혹은 ‘취약성’이란 번역은 정확한 속뜻을 담아내지 못해 좀 아쉽다.
취약성에 대해 연구하고 테드톡(TED talk) 강의로 유명한 브르네 브라운(Brene Brown) 교수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그룹은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연구 결과 가치감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취약성과 약점과 부족함을 포용할 용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낼 용기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말은 아무나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을 드러내라는 말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나의 약점과 부족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도 괜찮은 사람이나 모임이나 공간을 만들라는 말이다. 비난 받거나 판단 받지 않는 안전한 곳, 그리고 비밀이 보장되는 곳에서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고 드러낼 용기를 가질 때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진다.
반대로 약점을 숨기고 상처를 받을까봐 조바심 내는 행동은 우리를 더욱 힘들고 고립되게 만든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약함과 아픔을 솔직히 고백하는 기도가 안전한 공간에서의 치유로 연결될 수 있다.
‘누가 누가 잘하나’의 경쟁사회에서 자란 한국문화에서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일은 많은 경우 위험하다. 다른 사람에게 약점을 보이면 상대가 얕잡아 보고 피해를 주는 일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내담자들이 잘못된 모임이나 사람에게 자신의 부족함과 어려움을 드러내서 큰 상처를 받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므로 어떤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야하는지는 판단하는 것은 말하는 이의 몫이다. 분명한 사실은 솔직함으로 취약함을 드러내는 용기 없이 치유와 힐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 한 곁에 상처받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은 어떨까?
<
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