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라이 브로드 LACMA의 마스터 플랜을 좌지우지했던 그의 권력
▶ 쿨하스 LACMA 설계 무효 브로드 기부금 약속으로 피아노의 계획안 선보여
LACMA에 지어진 브로드 현대미술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다. 그가 설계한 다른 작품에 비하면 그다 지 시선을 끌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도 다운타운의 예술고교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LACMA는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미술관으로 전세계에서 수집한 소장품이 무려 10만점이 넘는다.
역사가 100년이 넘고, 1965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뉴욕의 링컨센터(Lincoln Center for the PerformingArts)를 모범삼아,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독립된 3개의 건물을 디긋자 형태로 배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가 커지고, 주변으로 몇 개의 건물을 추가하였다. 대표적으로 브루스 고프(Bruce Goff)가 설계한 일본관(1988)이 유명하다. 1994년에는 서쪽끝에 자리한 옛날 백화점 건물을 인수해서 미술관으로 용도를 바꾸기도했다. 이렇게 거대한 블럭을 그때 그때필요에 따라 건물을 짓거나 매입해서 쓰다 보니, 전시 공간과 수장 공간이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또한 하나의 미술관이지만, 개별 건물들의 생긴 모습도 제각각이라 인지도적인 측면에서 통일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마침 21세기를 맞이하여 전체 흩어진 건물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찾아 보고자 뜻을 모았다.
전세계적으로 미술관으로 유명한건축가들을 초청해서 현상설계를 실시했다. 스티븐 홀(Steven Holl), 렘 쿨하스(Rem Koolhaas(OMA)), 대니얼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 탐 메인(Thom Mayne(Morphosis)), 그리고 장누벨(Jean Nouvel)까지 총 5명이 초대받았다. 20세기를 마무리하는 세계최고의 건축 현상설계였다. 5명 모두그들의 특징을 보여주는 안을 제시했다. 어느 누구의 안으로 지어져도, 로스앤젤레스에 명물 하나가 탄생한다는 것에 별 의문을 달지 않았다. 그만큼 이들에게 건축계의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쿨하스의 안을 선정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현상설계지침에 따르면, 기존의 미술관 건물을 유지하고, 새 건물을 추가해서 유기적으로 기존의 건물들을 연결시켜야 했다. 그런데, 쿨하스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가운데 있던 기존의 건물들을 모두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거대한 새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지침에 완전히 위배되는 내용이다. 쿨하스는 이를 설득시키기 위해 패널의 대부분을 “ 왜 기존 건물을 부숴야 하나”에 촛점을 맞춰 설명했다.
기존의 건물에 새 건물을 덧붙여서 형태적으로는 통일감을 줄 수는있어도 실제적으로는 미술관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그다지 많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없는 건물을 보존하기보다 오히려 깨끗이 쓸어 버리고, 그 자리에 단순한 직사각형 평면으로 올리는 것이 비용 대비 훨씬 높은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아래층은 고대 로마의 폼페이 유적을 연상시키는 평면을 만들고, 이위에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derRohe)의 모더니즘을 상징하는 평면을 올렸다. 최상층에는 현대, 미래를상징하는 자유평면을 만들어 얹었다.
하나의 거대한 건물이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의 역사를 층층이 쌓아 보여주는 안으로 상당히 깔끔하고 명쾌한 제안이었다.
문제는 미술관 실무진들에게서 “과연 이게 최선의 안일까”라는 의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쿨하스의 안을 실행하려면, 그가 제시한 공사비용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다른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의뢰해야 했다. 그리고 기존 건물을 부수고, 그 자리에 새로 대형건물을 짓는 것이므로 기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공사기간 중 어떻게 운영해야 할 지도어려운 숙제였다. 결국 그가 설계지침을 어겼으므로, 그는 당선 무효가 되어도 할 말이 없었다. 당선작이 됐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대개 현상설계에서 1등이 무효가 되면 2등에게 설계권을 주거나, 아니면 다시 현상설계를 실시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상설계 참가한 다른 4명 중 아무에게도 설계권이 넘어가지 않았고, 새로 현상 설계도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르고 나서 느닷없이 렌조 피아노(Renzo Piano)에게 설계권이 넘어갔다. 물론 그가 다른 5명만큼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절차상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브로드가 미술관 새 건물 현상설계를 하는데 많은 기부금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새미술관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넣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쿨하스의 안처럼 진행할 경우, 예상보다 훨씬 더많은 기부금이 필요했다.
어쩌면 브로드가 전체 프로젝트를수행할 정도의 엄청난 액수를 기부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 기존의 마스터플랜 당선안은 취소되었고 피아노가 LACMA에 새로운 계획안을 선보였다. 쿨하스의 계획안이 너무 많은비용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피아노는 상당히 공사 비용을 줄이는데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흩어져 있는 건물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다른 건축 작품에 비하면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다. 마스터 플랜은 결국 중단되었다가 몇 년이 지난 후 새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2008년에 지어진 브로드현대 미술관(BCAM)이다. 이것이 전에 나돌던 소문이 그냥 헛소문이 아닌 듯한 대목이다. 피아노는 2010년에도 BCAM 뒤에 레스닉관(ResnickPavilion)도 지어냈다.
LACMA는 관장이 바뀌면서, 또 다른 건축가로부터 새로운 마스터 플랜을 얻어냈다. 건축가는 피터 줌터(Peter Zumthor)로 2018년 착공을 목표로 진행중이다. 브로드는 자본가와 건축의 관계를 잘 보여주면서, 사회환원을 위해 건축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 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듯하다.
브로드 현대 미술관을 설계한 피아노가 건물 뒤에 레스닉관(Resnick Pavilion)도 설계 했다. 자연채광으로 밝고 상쾌하게 꾸며진 내부 전시장이 일품이다.
<끝>
블로그 http://blog.naver.com/geocrow
<
건축가 김태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