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커피 한잔을 가지고 여유롭게 식탁 앞에 앉았다. 일체의 소음과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맞이한 평온함이 반가웠다. 머그잔에 넉넉히 따른 커피 한 모금을 삼키자니 진한 향이 행복이란 단어를 선물한다.
커피 몇 모금을 목에 넘기고 나니 뒤뜰 한가운데로 한국에서 큰어치라 불리는 블루 제이가 날아들었다. 어여쁜 파란색의 그 녀석이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쪼아댄다. 작은 나의 뒤뜰이 온 세계인 양 아무 경계 없이 동선을 그리는 녀석의 모습을 어디 비교할 수 있을까.
나무 밑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는 녀석의 모습이 마치 후일을 위해 아주 귀중한 것을 숨겨놓는 것 같았다. 내 모습도 녀석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 느낌이 겹쳐지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래 전부터 벌새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왜 그럴까? 몇 그루 백합은 피고 지면서 지금까지 이 작은 마당의 안온함을 지키는데 벌새는 왜 오질 않는 거지?
조그마한 몸을 지탱하기 위하여 벌새는 1 초에 50번 정도의 날갯짓을 한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 때가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날갯짓이 나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위로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벌새가 내 젊음의 상징이었다면 지금 큰어치의 여유로움은 지금의 내 모습과 닮지 않았을까. 인생 여정의 순간순간에 아름다운 동선을 그리듯 이런 기쁨을 가지고 싶다.
<박성희 / SF 세종한국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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