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집 여자가 내 온 생오이 위에 오이 색 닮은 애벌레,
느긋한 낮잠 속에서 깨어나 사각진 세상 안으로 스물 스물 기어든다
출렁이다 넘쳐버린 차가운 소주 거친 나무탁자 위에 몸을 맡기면
길 잃은 애벌레 몸을 들어 넘실넘실 넘고 있다
보이는 곳은 아득한 저 넘어 이름 모를 바다
녀석의 몸 안에 기댄 작은 줄 하나 애처롭게 반짝인다
낮부터 간질대던 마른 목 안으로 뜨거운 눈물이 넘어간다
멈칫, 몸을 굽힌 날 선 눈빛 나를 바라본다
푸른 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꼬물대는 내 창자 안에 거대한 강이흐르고 바다가 외줄을 타고...
그러나 녀석과 난 이미 갇혔다
길고 긴 어둠 같은 먼 곳을 내려다 보며 덫처럼 꽉 잡힌 하루
<당선소감>
며칠 전 우편함 안에서 분홍빛 쪽지를 만났다. 한국에서 보낸 책들이 도착했다는 쪽지였다. 가방을 꺼내 나가려다 입상소식이 적힌 메일을 받았다. 믿기지 않는 기쁨으로 짧은 감사 답장만 보낸 뒤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까지 걸어가는 그 길 내내 내 심장은 바퀴달린 여행용 빈 가방이 내는 털털거리는 소리만큼 긴 요동을 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는 마음으로 태평양을 건너 온 책들을 만났다. 책들은 투명 테이프로 감겨졌음에도 찢겨진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인생이란 고해를 생각해봤다. 세상에 있는 모든 만물이 어찌 아프지 않은 모습으로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있을까. 그러니 저리 숨 쉴 수있는 공간이 필요했겠지... 내 심장의 떨림도 그제야 천천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당선이란 소식은 고된 이민생활에서 피폐해져가는 내게 하늘이 선물로 내려준 귀한 일침이란 생각이 든다.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귀한 소식 안게 해준 한국일보와 심사위원이신 나태주님과 한혜영님에게 깊은 감사를 올리며 늘 힘이 되어주는 현주와 서현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하고 싶다
<
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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