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한국 사람을 제일 조심해야 돼.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도와달라고 했다가 사기 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거든…”수년 전 미국에 처음 도착해 룸메이트 계약을 한 후 며칠쯤 지났을 때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농담처럼 던진 말씀이다. 영어도 서툴고 아는 사람도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 으레 알고 지내던 주위 한국 사람한테 의지했다가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기꾼들 때문에 애를 먹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설마, 같은 한국 사람끼리 돕지는 못할망정 사기를 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기자생활을 하다 보니 당시 아주머니가 해준 말씀이 무슨 뜻이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사실이다. 메디케이드와 푸드스탬프 신청을 도와준다고 수십에서 수백 달러씩 받고는 ‘나 몰라라’ 하는 사기 행태부터 소셜혜택 자격이 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접근해 정부 보조금을 받아주겠다며 돈만 챙기고는 타주로 뜨는 사기꾼들도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언어와 미국 물정에 약한 한인 노인들을 타깃으로 한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시니어센터에서 만났던 한인 노인들과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당수의 한인 노인들이 사기꾼들의 속임수에 넘어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서류가 영어로 돼있는데다 어디에 어떻게 신청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한인 노인들에게는 그 동안 아껴뒀던 쌈짓돈을 주고서라도 도움을 청하기 마련이다. 한 할머니에게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데 자녀한테 부탁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우리 애가 타주에 있는 것도 있는 거지만, 워낙 바빠서 도와줄 수가 없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많은 한인 비영리단체에서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한인 노인들을 돕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속에 어디선가 피해를 보고 있을 것이다. 한인 소셜 서비스 단체들 모두가 이 같은 노인 소셜사기 문제에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만 언젠가는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소영 뉴욕지사 사회부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