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세***역사속으로 사라져
▶ 쿠바계 미국인들 축제 분위기

피델 캐스트로의 타계를 접하는 반응은 세계 각지에서 극과 극으로 나눠졌다. 쿠바를 비롯해 아르헨티나등 남미 국가들에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운데 미국의 쿠바계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다. 26일 마이애미의 리틀 하바나에서 쿠바계 주민들이 캐스트로의 죽음을 반기고 있다.[AP]
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캐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현지시간) 밤 타계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쿠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90세.
라울 캐스트로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은 자신의 형인 피델 캐스트로가 25일 밤 10시 29분 세상을 떠났다고 26일 0시가 좀 지나서 국영 TV를 통해 발표했다. 라울 캐스트로 의장은 26일 피델의 유골이 유언에 따라 화장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항상 승리를 향해"라는 혁명 슬로건으로 말을 마쳤다.
AFP통신은 쿠바 정부를 인용해 앞으로 9일간 애도 기간을 거치 다음 달 4일 장례식을 열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28일 오전부터 29일 정오까지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기념관에서 있을 추념식을 시작으로 장례 일정이 이어진다. 피델 캐스트로가 대중 연설을 하곤 했던 아바나 혁명광장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있을 예정이다.
그의 유해는 30일부터 전국을 순회해 장례식이 열릴 장소인 쿠바 동부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로 옮겨진다.
유해 전국 순회가 끝나는 내달 3일 산티아고 데 쿠바의 안토니오 마세오 광장에서 다시 추념식이 열리며 이튿날 산타 이피헤니아 묘지에 묻히는 것으로 장례 일정은 모두 끝난다.
피델 캐스트로의 최근 모습은 올해 9월 쿠바를 방문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면담하는 장면이 쿠바 국영매체에 소개된 게 거의 마지막이었다. 그는 90세 생일이었던 지난 8월 13일에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4월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공산당 제7차 전당대회 폐회식에 참석해 "나는 곧 아흔 살이 된다. 곧 다른 사람들과 같아질 것이며, 시간은 모두에게 찾아온다"며 자신에게 곧 다가올 죽음을 암시하는 사실상의 고별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1959년 1월 풀헨시오 바티스타의 친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쿠바 공산 혁명에 성공한 뒤 반세기 동안 쿠바를 이끌면서 미국과 소련이 경쟁하던 냉전체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1926년 스페인 출신 이주민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1953년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타도하려고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다가 실패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2년 뒤인 1955년 특사로 석방된 그는 멕시코로 건너간 뒤 쿠바 정권을 공격할 조직을 건설하고 1959년 1월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는 반세기 가까이 총리, 공산당 제1서기, 국가평의회 의장을 연이어 맡으며 쿠바를 이끌다가 건강 문제로 2006년 친동생 라울에게 정권을 넘겼다. 2008년엔 공식 직위에서 완전히 물러나면서 49년간의 권좌에서 내려왔다.
재임 기간 피델이 "녹색 군 전투복을 입고 시가를 문 모습은 물론 미국을 겨냥한 독설로 채워진 연설로 유명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쿠바 혁명 이후 피델은 외국의 좌파 혁명을 지원하는 동시에 미국과는 수많은 갈등을 빚었다.
이에 따라 피델은 관계 단절국이었던 미국으로부터 수많은 암살 위협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진다. 그는 "올림픽에 암살에서 살아남기 종목이 있다면 내가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델의 쿠바는 1961년 4월 미국의 피그만 침공을 격퇴해 군사적 승리를 얻어내기도 했다.
1962년 10월엔 구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에 따른 미국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핵전쟁 위기까지 갔던 사태는 결국 구소련이 미사일 기지를 철거하고 미국이 쿠바 해상의 봉쇄를 해제하면서 극적으로 타협을 이뤘다.
피델은 미국의 경제 봉쇄 조처로 경제적 궁핍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1991년 구소련의 몰락으로 위기에 처하자 외국인 관광 개방 등 잠정적인 경제 개혁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피델은 미국과 쿠바가 냉전 시대의 오랜 단절을 끝내고 국교를 회복하는 역사의 전환기도 생전에 지켜봤다.
미국과 쿠바는 2014년 12월 53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2015년 8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이 재개설됐고, 올해 2월 두 나라를 오가는 정기 항공노선까지 재개통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쿠바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그 의동생 라울 캐스트로 간의 미-쿠바 정상회담이 88년 만에 이뤄졌다.
쿠바 국민은 25일 오후(현지시간) 타계한 혁명의 아이콘 피델 캐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차분한 분위기에서 추모하고 있다고 외신이 26일 전했다.
쿠바 정부는 9일간의 애도 기간 음악, 공연과 같은 연예행사를 전면 금지하고 모든 관청에 조기 게양을 지시한다고 발표했다.
쿠바 반체제인사들은 캐스트로 의장의 별세 후 당장 쿠바 정치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캐스트로 전 의장이 죽기 전까지 쿠바의 실력자 노릇을 했으나 동생 라울에게 10년 전 정권을 이양해 정치적 영향력이 쇠퇴한 탓이다.
한편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쿠바계 주민 밀집지역 '리틀 아바나'가 갑작스러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26일(이하 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언론들에 따르면 이는 피델 캐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타계 소식이 알려진 전날 밤부터 쿠바계 주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미국 국기와 쿠바 국기를 함께 들고나와 흔들거나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프라이팬 같은 주방용품을 들고나와 두들기거나 폭죽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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