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타임워너(최근 스펙트럼으로 바뀌었음) 케이블을 시청해 온 한인 김모 씨는 최근 디렉TV로 바꿨다. 케이블 요금이 야금야금 오르더니 급기야 인터넷을 포함한 한 달 요금이 18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안되겠다 싶어 수소문 끝에 할인 프로모션을 하는 디렉TV로 갈아 탄 것이다. 일단 요금은 줄였지만 디렉TV 역시 할인기간이 끝나면 가격을 올릴 것이기 때문에 계속 유료TV를 볼 것인가를 놓고 김 씨는 고민에 빠져있다.
김 씨의 고민은 열렬 스포츠팬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NFL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스포츠들은 유료TV를 통하지 않고는 볼 수 없다. 스포츠팬만 아니라면 굳이 유료TV가 아니라 디지털 안테나만 설치해도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A 연고팀들의 경기를 라이브로 보려면 케이블이나 위성TV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지난 해 미국인들은 총 310억 시간을 TV로 스포츠를 시청하는데 보냈다. 이는 10년 전보다 40%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유료TV 배급사들은 스포츠 채널을 방영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액수의 수표를 끊고 있다. 타임워너의 경우 레이커스 중계를 위해 20년간 30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또 타임워너는 다저스 중계를 위해 25년 간 83억5,0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계약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이는 1,100%에 달하는 중계권료 폭등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중계비용은 결국 시청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청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은 당연하다. 유료TV 시청가구는 2009년을 정점으로 이후 계속 줄고 있다. 2010년 이후 ESPN과 TNT, 그리고 디스커버리 같은 베이직 채널들은 800만 이상의 시청가구를 잃었다. 소비자들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 유료TV 요금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게다가 이전과 달리 이제는 더 저렴한 온라인 대안들이 있다. 넷플릭스, 훌루 같은 스트리밍 옵션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것들로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생중계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이든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이를 멈춰 세우기란 어렵다. 스포츠 채널들이 팀들에 지급하는 중계권료는 계속 오를 것이고 그러면 유료TV들이 이 채널들에 지급해야 하는 돈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고스란히 시청자들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추세는 숫자로 분명히 확인된다. 지난 2010년 이후 케이블 요금 인상률은 인플레율의 4배가 넘었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 앞으로는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두 가지 밖에 없다는, 즉 죽음과 세금이라는 격언이 있지만 여기에 하나를 더해야 한다. 그것은 케이블 요금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사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스트리밍 업체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앞으로의 관심사다. 특히 스트리밍 업체 훌루가 최근 생방송 온라인 서비스를 위해 ESPN, ABC, 폭스 등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앞으로 어떤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를 라이브로 맘껏 볼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유료TV밖에 없다. 그러니 유료TV 요금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스포츠 시청욕구를 억제하고 케이블을 끊거나 채널수를 줄이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게 세상사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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