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후면 크리스마스다. 기쁨과 축복이 넘쳐야 할 계절임에도 이때만 되면 오히려 한층 더 우울해 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추수감사절을 지나면서부터 연말까지 점점 에너지가 떨어지고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호소한다. 이른바 ‘할러데이 블루스’라 부르는 계절성 우울감이다. 국립보건원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수많은 미국인들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자살과 자살 기도 역시 늘어난다.
온 세상이 화려한 불빛과 신나는 음악으로 넘쳐나고 나를 빼놓은 다른 모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행복감에 들뜬 것처럼 보인다. 나의 처지와 다른 이들의 표정 사이에서 절망감까지 맛본다. 분위기만 이런 감정을 자극하는 게 아니다. 할러데이 시즌에는 선물이다 뭐다해서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미국인들의 45% 정도가 이때가 되면 두려움을 느낀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 우울감을 극복하는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결국은 내 마음의 프레임을 잘 설정하는 것이 편안함 감정으로 연말을 지날 수 있는 지혜라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에게 우울감을 안겨주는 크리스마스 이미지는 상업화된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넘쳐나는 선물과 완벽한 사교모임 같은 것들은 대부분 광고들을 통해 형성된 허상이다. 그러니 이런 허상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게 좋다.
돈 안들이고도 기분을 업 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피트니스를 찾는 것도 좋고 햇볕을 충분히 쬘 수 있는 야외운동도 권할 만 하다. 엔돌핀이 나오면서 우울감이 희석되는 걸 바로 느끼게 될 것이다.
우울한 감정을 부추기는 생각들 가운데 하나는 홀로 있다는 고립감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런저런 형편으로 그렇지 못할 경우 전화기를 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전화기 너머로 가족이나 친구의 안부를 묻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따스해진다.
할러데이 블루스를 느낀다면 페이스북도 한동안은 멀리 하는 게 현명하다. 페이스북 안의 세계에는 가식적인 행복과 만들어진 표정들이 넘쳐난다. 이런 것들과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다 보면 쉽게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사서 비교하지 말라는 얘기다.
크리스마스에 우울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주인공 잭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무런 약속이 없었다. 직장 동료들은 갖가지 약속들을 떠벌렸다. 잭도 지기 싫은 마음에 “애인과 호화로운 파티에 초청받았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정작 갈 곳이 없었던 잭은 마음이나 추스를 생각에 호젓한 공원을 찾았다. 헌데 웬걸,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할 동료들이 자신처럼 쓸쓸한 표정으로 공원을 거닐고 있는 것 아닌가. 소설은 축제의 가면을 벗기고 있다. 남들의 삶이 나보다 더 행복해 보여도 들여다보면 오십보백보고 비슷비슷하다.
좋은 뉴스 한 가지는 할러데이 블루스가 연말만 지나면 대개는 눈 녹듯 사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정말 우울증일 확률이 높은 만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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