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 고등학교 때 토론반 소속이라 5년간 토론대회 심판하러 따라 다녔었다. 주제가 주어지면, 그 주제를 벗어나서 교묘하게 상대를 끌고 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 때, 심판이 이를 포착하지 못하면, 반칙한 학생이 오히려 이겨서 그 다음의 토론에 진출하게 된다.
한 번은 배심원에 뽑혀 나흘간 재판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피의자는 몸에 문신을 한 여성이었는데, 첫 인상으로는 눈 감고 귀 막고도 유죄라 할 정도의 인상이었다. 그러나 막상 배심원으로 뽑히니 이 여성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에 나 자신이 서 있음을 깨닫고, 변호사의 변호에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배심원들이 유죄냐? 무죄냐? 거수로 결정할 때엔 혹시나 영어를 잘못 이해해서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손을 들었다. 그 때, 그 법정의 여판사에 대해 존경심이 우러난 것은 그가 정말 훌륭한 경청자였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고갯길을 올라가다 보면 큰 중국기가 펄럭인다. 적당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중국기가 샌프란시스코의 아이콘인 트랜스 아메리카 건물을 감싸는 듯한 장면이 되어서 ‘중국의 자본이 미국을 잠식한다’는 감정을 이끌어 낼만하다.
그러므로 사진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보도된 태극기를 든 사진과 촛불의 사진을 보면 벌써 앵글이 다르다.
요즘, 마녀 사냥이라는 말이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회자된다. 처음엔, 최순실에게 이용당한 대통령을 원망하며 탄핵의 당위성을 피력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인민 재판, 융단 폭격에다 확인 사살까지 과감히 실행하는 국회의사당 의원들을 보며, 저런 사람들은 양쪽의 의견을 경청하기는 커녕 재판도 시작되기 전에 판결을 내린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촛불 든 쪽도 그들의 당위성이 있지만, 태극기 든 쪽도 그들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있다. 서로가 보기 싫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 싫다면, 한국은 삼국 시대, 후 삼국 시대를 거쳐 신 삼국 시대를 살아야 한다. 인구도 점점 줄어가는 마당에, 서로 갈리기만 한다면 300명 국회의원들은 국고나 축내는 나방이나 다름없다.
어디 그 뿐인가? 언론들도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 ‘~카더라” 기사를 퍼다 나르며, 제목 또한 독자들을 충동하려는 의도를 서슴없이 나타낸다.
미국의 수 많은 한인 교회들이 목사파 장로파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이 마치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 등등 한국의 정치꾼들 싸우는 모습과 흡사하다. 옛말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었고, 요즘은 “구목사가 명목사”라는 말이 나돈다.
교인이 성경 말씀 읽고 깨어서 기도하지 않으면 우둔한 교인이 되고, 국민이 이성적이지 못하면 국민이 스스로 탄핵 받아야 한다.
싸움에도 품격이 있고, 규정이 있다. 권투도 링 안에서 싸워야 하지, 링 밖으로 나가서 싸우면 KO가 무슨 소용이랴? 특검에서 수사를 시작한 마당에, 여의도의 의원들이 짜맞추기식 청문회를 불필요하게 하고 있으니, 아직도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가고 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처럼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으므로 헌재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촛불이나 태극기의 물결, 양쪽 모두 헌재의 판결에 승복할 준비를 하는 것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첫 걸음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묵묵히 결과를 기다리자. 이것이 바로 법을 만든 이유가 아니던가?
<
폴 손 엔지니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