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기부를 제일 잘 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영국 자선단체인 CAF에 따르면 놀랍게도 그 나라는 세계 최빈국이자 장기 독재에 시달려온 미얀마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얀마는 올해 기부 지수 70%로 140개국 중 1위를 차지했는데 이 나라는 3년째 1등을 달리고 있다. 미얀마는 응답자의 91%가 자선단체에 기부한 적이 있고 63%가 낯선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으며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50%가 넘었다.
이 가난한 나라가 이처럼 기부에 열심인 것은 국민의 90%가 불교 신자로 어려서부터 보시하는 것이 습관화 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걸 보면 자선은 돈이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와 문화와 개인의 소신이 좌우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선 지수 2위는 미국으로 61%, 호주 60%, 뉴질랜드 59%, 스리랑카 57%, 캐나다 56% 순으로 돼 있다. 모두 자선이 생활습관이 된 영미권이나 불교권 국가임이 특징이다.
교역 규모 세계 10위권에 드는 한국은 어느 정도일까. 33%로 세계 75위다. 세계 2위의 경제 강국이 된 중국이 11%로 꼴찌를 한 것에 비하면 낫지만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다.
지난 1년간 기부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한국민의 3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인들은 100달러를 벌면 2달러를 도네이션 하지만 한국인은 50센트밖에 하지 않는다. 보건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한국 기부금은 12조 4,900억 원으로 GDP의 0.87%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 비율이 2%, 뉴질랜드는 1.35%에 달한다.
자선을 하는 사람 수나 액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자선의 대상도 문제다. 기부 대상 1위는 종교단체가 30%로 제일 높고 그 다음이 불우이웃을 돕는 자 단체다. 이들 두 곳에 대한 기부가 전체의 2/3에 달하고 교육기관은 전체 기부의 4%, 문화예술 단체는 1%선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이 자기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온갖 희생을 감수하지만 저소득층 학생을 돕고 학문과 예술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교육 문화 활동에는 매우 인색함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은 교육기관에 대한 기부가 10%가 넘는다.
지금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부를 창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배분에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빈부 격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발생한 격차는 부의 상속을 통해 자식에게 이전되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교육도 잘 받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나 미국을 막론하고 부의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 사람이 자진해서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이 주도하고 있는 재산 대부분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기부 서약’ 운동은 그런 점에서 선진 미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최근 한국에서도 고액 기부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1억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는 2008년 6명에서 이제 거의 1,300명에 달한다. 기부의 시즌 연말을 맞아 한국민들이 기부의 중요성에 눈뜨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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